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인들의 책임과 처벌 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정하는 입법이 추진된다. ‘친윤석열계’로 꼽히는 여당 의원들이 법안 발의에 다수 참여하면서 국회의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최근 발의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에 대한 당내 이견 조율 작업을 시작했다. 개정안은 법무부 등이 중대재해 예방에 관한 기준을 정하고 인증기관을 지정하도록 한 게 골자다. ‘작업환경 표준 적용’ ‘사고 예방을 위한 감지 조치 정보통신기술(ICT) 시설 설치’ 등의 인증을 받은 기업은 최고경영자(CEO) 처벌 형량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는 내용 등을 담았다.

기업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경영 책임자가 지켜야 하는 안전보건 의무 지침 등에 대한 규정이 모호해 혼란이 끊이지 않는다는 비판 여론을 반영했다. 지난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법에 따르면 중대 산업재해를 일으킨 경영 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개정안은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강조하는 ‘기업 규제 완화’ 정책을 뒷받침하는 입법으로 분석됐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개정안은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에 대표 발의했고, 권성동 원내대표와 정진석 의원 등 친윤계 의원들도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정부는 올 하반기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경영 책임자 등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정비할 계획이다.

정치권에선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노동계가 개정안에 반발하고 있어서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정부 여당이 해야 할 일은 법을 안착시키고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것”이라며 “법 취지를 허무는 개악 시도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박대출 의원은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 불확실성을 줄이고 법의 안정성을 높이자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고용노동부는 법 시행 후 약 3개월간 집계된 중대산업재해가 사망사고 57건(65명), 질병사고 2건(29명) 등 총 59건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43건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이, 27건은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경영 책임자 등이 입건됐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