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경제안보 관건은 '정보력'이다
태평양전쟁 초기 미국과 일본이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를 펼친 미드웨이해전에서 미국의 승리를 이끈 것은 바로 ‘정보력’이었다. 미 해군은 일본군의 움직임을 빈틈없이 파악할 수 있었던 반면 일본군은 그렇지 못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실시간 정보로 인해 러시아는 정보전략과 여론전에서도 우위를 확보하지 못한 채 고전하고 있다.

글로벌 패권전쟁에서도 ‘정보력’은 경제안보의 향방과 그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이다. 미국은 화웨이에 대한 수출 제재를 위해 5년 전부터 관련 정보를 분석한 보고서와 법적 제재를 포함한 다양한 조치를 마련했다. 2019년 일본은 우리나라의 기업·제품·기술·공급망 등에 대한 정보 수집과 분석을 기반으로 반도체 소재 수출 제재를 감행했다. 최근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경제안보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을 제정했다.

급변하는 경제안보에 대응하는 우리의 상황은 어떠한가? 지난해 10월 중국이 요소 수출을 제한해 요소수 품귀가 예고됐지만,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이러한 사태는 정확한 정보 분석과 실행의 양 체계가 상호 구조적으로 연계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냉전 시대는 10년 이상 장기화할 것으로 여겨지는 바 전시와 평시의 구별 없이 견고한 경제안보 정보력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주요 선진국들이 독자적 정보체계를 구축하는 동시에 국제적 공조 시스템을 강화해 위협을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점은 시사점을 준다. 현재 우리의 정보 시스템만으로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글로벌 경제위기 대응과 신성장 견인 정책을 달성하기엔 역부족이다.

대통령이 중요한 경제안보 정책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데이터 기반의 정책분석모델이 있어야 한다. 예컨대 첨단기술 특허 데이터, 공급망 데이터, 정보기관 요원이 수립한 인간정보(Humint), 실시간 산업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기술 경쟁력, 경제·안보 경쟁력, 외교·안보 역량, 통상·무역환경지표 등을 개발해 의사 결정에 활용하는 것이다. 또한 미래 유망 분야를 선점하기 위해 인공지능, 반도체, 양자컴퓨터, 탄소중립, 첨단로봇 등 성장 분야를 선정하고 분야별 장단점과 이를 보완하기 위한 해외 인력정보, 기술정보, 기업정보 등을 분석해 연구개발(R&D) 투입, 기술 보호, 인수합병, 해외 인재 영입 등 성장전략 수립에 활용해야 한다.

경제안보의 정보력은 모든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산업, 외교, 정보, 기술, 공급망, 군사 등의 요소를 통합해 운영해야 한다. 대외적으로 경제안보를 위한 다양한 목적의 동맹 관계를 형성시켜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대내적으로 민간과 공공에 흩어진 데이터를 한곳에 집적해 가치 있는 정보를 생성할 수 있도록 민관협력과 싱크탱크 역할을 강화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최근 미쓰비시전기, 히타치제작소 등 일본 기업들이 경제안보 관련 조직을 속속 신설해 미국, 유럽 기업에 비해 정보 수집·분석이 뒤떨어진 부분을 보완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미국은 국가정보국장실(ODNI) 내에 ‘경제안보·금융정보 집행관’을 두었으며, 일본은 내각관방 국가안전보장국(NSS)에 ‘경제안보반’을 신설했고, 호주는 국가정보실에 ‘경제분석실’을, 캐나다는 보안정보부에 ‘차이나미션 센터’ 등을 설치했다. 국가정보원도 강력한 자국 산업기술 보호와 해외경제안보를 통합해 운용하기 위한 ‘경제안보국’을 최근 신설했다.

경제안보 정보전략은 경제적 위협의 선제적 대응뿐만 아니라 경쟁자보다 빠르게 예측해 난제에 대처하고 협상의 우위를 선점할 수 있게 해준다. 한국이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중추 국가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통합적 정보능력 기반의 예측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한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