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 '계절독감' '엔데믹' 연일 언급…현장선 안심-불안 교차 전문가 "변이 출현 더 없어야 엔데믹, 시기 예측도 아직 어려워"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는 가운데 정부가 연일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계절독감' 전환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신규 확진자수가 10만명 안팎을 오르내리는 등 오미크론 확산세가 거센 한편으로는 중증화율이나 치명률이 높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확진자 숫자만을 놓고 과도한 두려움을 갖지는 않아도 된다는 의미로 해석되지만 당장 이르면 이달 말부터 다음달 중순 사이에 확산세가 정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향후 예측이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메시지 전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향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22일 브리핑에서 "현재는 오미크론의 위험도를 계속 확인하면서 풍토병적인 관리체계로 전환하기 시작한 초입 단계"라고 말했다.
중증화율이 낮은 오미크론의 특성을 설명하면서 나온 언급이긴 하지만 정부가 공식 브리핑에서 현 상황이 코로나19의 '출구'일수도 있다는 언급을 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번 유행의 정점이 지나면 코로나19를 풍토병처럼 관리해 일상회복을 다시 추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다시 한번 던진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전문가들도 새로운 변이가 출현하지 않는다면 코로나19가 엔데믹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아직 유행이 확산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연일 엔데믹 기대 높이는 정부…방역 완화도 시사 정부의 엔데믹 기대감은 최근 여러 경로에서 표출됐다.
앞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지난 4일 브리핑에서 "의료체계 여력, 최종 중증화율, 치명률 등을 평가하면서 계절 독감과 유사한 일상적 방역·의료체계로의 전환 가능성을 본격 검토한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이 코로나19에 대해 '계절 독감 전환 가능성'을 공식 언급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어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전날 백브리핑에서 "오미크론으로 전체 방역 체계를 재편하면서 일종의 엔데믹화를 위한 전환 초기 단계를 밟는 중"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 위중증 환자가 400명대로 증가한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며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면서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전날 수석 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에서 "오미크론 유행도 정점을 지날 날이 머지않았다.
정부를 믿고 자신감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역시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현재가 오미크론 유행의 정점으로 나아가고 있는 고비"라며 "정부와 국민이 협력을 다 해서 위기를 극복하고 일상회복을 좀 더 당길 수 있게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유행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최근 닷새간 하루 확진자 수는 9만∼10만명대를 기록 중인데, 정점 시기에는 14만∼27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 고비를 넘기면 백신면역과 자연면역이 많아져 코로나19 엔데믹이 진행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패스 등 방역조치도 완화할 방침을 시사했다.
박 반장은 "오미크론 유행이 정점을 지나 안정화되면 현재 취하고 있는 사회적 조치를 조금 더 조정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방역패스의 축소나 혹은 조정들도 당연히 포함해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반장은 지난달 말부터 추진한 '오미크론 대응체계'에 대해서도 "오미크론과 공존하기 위한 체계"라며 "코로나19와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체계로 이행하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 올겨울에는 계절독감처럼 될까? 변수는 '새 변이'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에는 대부분 동의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실 교수는 "치명률을 봤을 때 백신접종을 하신 분들에 한하면 코로나19는 사실상 독감인 것"이라며 오미크론으로 코로나19가 계절독감처럼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전문가들이 오미크론 유행을 사실상 팬데믹의 마지막 유행으로 보는 것은, 오미크론보다 전파력이 높은 변이의 출현 확률이 낮기 때문"이라며 "변이가 생겨도 오미크론을 대체할 만큼 전파력이 세지 않아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달 말∼다음 달 초에 정점에 도달하면 4월 중순부터 4개월가량은 확진자 수가 낮은 상태로 안정세가 유지될 것"을 예상하면서 "8월 이후에 유행이 어떻게 되는지 봐야 해서 엔데믹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새로운 변이가 안 나타난다면 이번 겨울에 좀 더 일상에 가까워지지 않을까"라면서도 "새 변이가 없어야 하는데 당장 스텔스 오미크론이 늘고 있다"며 과도한 희망론을 경계했다.
그는 신종플루가 엔데믹으로 전환된 과정을 보면 엔데믹의 요건을 알 수 있다며 바이러스가 순해지는 것 외에도 ▲ 새 변이가 안 나오고 ▲ 백신이 있으며 ▲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같은 먹는 항바이러스제를 손쉽게 처방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코로나19 먹는치료제인 팍스로비드는 처방이 쉬운 상황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 아직 안정되지 않았는데…"안심하라는 메시지는 잘못" 전문가들은 현시점에서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자가 늘고 있다.
정부는 '중환자 증가에 대비하겠다'고 하면 되는데 안심하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김우주 교수는 "얼마 전 확진된 7개월 아기가 병원 이송 중 사망한 사례가 나왔는데 정부가 그런 소리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박향 반장도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출구를 찾는 초입에 들어선 셈"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코로나19가 풍토병처럼 되려면, 유행의 정점에서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증가에 대응할 수 있도록 의료대응체계를 관리하는 것이 관건이다.
정부는 내달 초 위중증 환자가 최대 2천500명까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의료 대응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오미크론의 중증화율과 치명률이 델타의 4분의 1 정도로 낮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델타의 치명률은 0.7%였지만, 오미크론의 치명률은 0.18%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중중화율도 델타는 1.4%, 오미크론은 0.38%로 나타났다.
나아가 지난달 16∼29일 치명률은 0.13%로 더 낮고, 50대 이하의 치명률만 따져보면 0%에 수렴한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하지만 이 데이터에 대해 김우주 교수는 오미크론 중증·사망자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전인 유행 초기 단계에 수집된 편향된 정보로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은 여전히 중증화·사망 위험이 크고, 접종하지 않은 소아·청소년 확진자가 증가 추세여서 안심할 수 없다는 평가도 있다.
지난주 18세 이하 확진자 수는 전주보다 배로 증가하면서 전 연령대 평균(1.7배) 증가 폭을 웃돌았는데, 특히 미접종군인 11세 이하에서 증가 양상이 뚜렷했다.
정부 부처별로도 전달되는 메시지가 서로 달라 혼선을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교육부의 경우 이달 초 오미크론 확산에도 불구하고 '학교 단위의 전면 원격수업은 지양하라'는 방침을 내렸다가 3월 초 유행이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자 전날 '개학 후 2주간 원격수업을 탄력적으로 시행하라'고 권고 내용을 바꿨다.
상황 변화에 따라 정책을 유연하게 추진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방역당국이 "과도한 불안은 불필요하다"고 연일 강조한 상황에서 나온 지침이어서 교육현장에서는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