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스키의 기원
2005년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알타이현에서 농부들이 비를 피하러 동굴로 들어갔다가 한 암각화를 발견했다. 판자 위에 서 있는 사람 10여 명과 야크나 무스로 보이는 동물 22마리가 그려져 있었다. 중국 당국은 사람들이 밟고 있는 판자를 스키라고 봤다.

2015년 호주와 중국 고고학자들이 이 암각화를 공동으로 조사했다. 학자들은 그림 연대를 기원전 4000~5250년으로 추정하며 “스키는 스칸디나비아반도 북부와 러시아, 신장 북부, 몽골 지역에서 기원전 5000년 무렵 빠르게 퍼져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스키의 기원에 관한 유적은 노르웨이, 스웨덴, 스위스, 시베리아 등 겨울이 길고 눈이 많은 지역에서 널리 발견된다. 신장에서도 오래전 스키를 탄 것은 맞지만 신장이 기원이라는 것은 입증되지 않았다. 기네스북의 ‘가장 오래된 스키’는 스웨덴의 한 습지에 보존된 기원전 2500년 것이다.

그런데 중국 연구기관들은 신장 암각화가 1만~1만2000년 전에 그려졌다고 주장한다. 관영매체들도 최근 “동계올림픽 종목인 스키는 중국 신장에서 기원한 것”이라며 “서구에서 발견된 유적보다 4000년이나 앞섰다”고 자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BBC 등 주요 언론은 기원전 6000년의 스키가 러시아 북부에서 발견된 사례 등을 들며 “신장의 위구르족 탄압 논란을 희석하려는 중국의 의도”라고 비판했다.

그렇잖아도 중국의 역사 왜곡은 ‘거의 모든 것의 중국화’로 이어지는 판국이다. 2002년 시작한 ‘동북공정’으로 한국 고대국가가 중국 지방정부였다고 우기더니 김치와 갓, 태극기, 한글마저 중국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한다. 쓰촨성의 염장 채소(파오차이)를 ‘김치’라고 강변하다 국제적인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런 억지 주장은 잘못된 역사관에 세뇌된 ‘주링허우(九零後·1990년대 출생자)’와 ‘링링허우(零零後·2000년대 출생자)’ 사이에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중국몽’을 앞세우며 외부의 적을 이용해 내부 불만을 잠재우려는 시진핑 주석의 속내와도 통한다.

그러나 이들의 맹목적인 애국주의와 배타적인 중화주의는 오히려 반중 정서만 키울 뿐이다. 우물 안에만 있으면 우물 밖이 보이지 않는다. 소동파 시인도 “여산의 참모습 알 수 없는 것은/ 이 몸이 산속에 있기 때문이라네”라고 하지 않았던가.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