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여전히 외국 기업들이 공략하기엔 녹록지 않은 시장이다. 자동차뿐 아니라 전자업체들도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글로벌 전자제품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존재감은 일본 내에서 미미하다. 과거 ‘전자왕국 일본’의 주축이던 소니, 히타치, 파나소닉, 샤프 등의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현지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는 글로벌 업체는 애플뿐이다.

日 가전시장은 여전히 '난공불락'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980년 일본 법인을 설립하고 가전 사업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현지 소비자들이 소니, 파나소닉 등 자국 브랜드만 찾다 보니 매년 적자가 누적됐다. 결국 삼성전자는 2009년 TV를 포함한 생활가전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꾸준히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품목은 스마트폰뿐이다. 현지 통신사들이 삼성전자의 철수를 원치 않는다는 점을 고려한 결과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MM종합연구소(MMRI)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4~9월) 일본 스마트폰 시장 1위 업체는 애플(점유율 45.0%)이다. 소니(10.7%) 샤프(10.4%) 삼성전자(10.1%) 등이 2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그 뒤를 중국 오포(6.2%)가 쫓고 있다.

LG전자도 일본에서 기를 펴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생활가전 시장에선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비싼 ‘시그니처’ 브랜드 제품 중 일부만 유통되고 있다. 중간 가격대 제품군 시장은 도시바, 히타치 등을 당해내기 힘들다고 판단해 프리미엄급 제품 시장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일본에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해외 생활가전 브랜드는 LG와 다이슨 정도”라고 말했다.

TV 시장은 최근 들어 뚫리기 시작했다. LG전자가 OLED TV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생긴 변화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LG전자의 일본 OLED TV 시장 점유율은 7.8%로 나타났다. 나머지 90% 이상은 일본 업체의 몫이다. 일본 업체들은 LG디스플레이에서 OLED TV용 패널을 수입해 완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