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젠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검출이 가능하다고 밝힌 유전자증폭(PCR) 방식 진단키트 '올플렉스 SARS-CoV-2 마스터 어세이'. /사진=씨젠
씨젠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검출이 가능하다고 밝힌 유전자증폭(PCR) 방식 진단키트 '올플렉스 SARS-CoV-2 마스터 어세이'. /사진=씨젠
국내 진단키트 관련주에 대해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증권가에서 나온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진단키트 수요가 급증하면서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진단키트 업체들이 팬데믹 기간에 벌어들인 현금으로 신사업에 진출하면서 장기적인 성장성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된다.

분자진단 전문기업 씨젠은 20일 오전 10시 20분 기준 2.40% 오른 5만5500원에 거래 중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1.95% 상승한 5만2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미래에셋증권은 진단키트주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경쟁사 대비 저평가돼 있다고 분석했다. 김충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씨젠과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올해 예상 순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6~7배 수준”이라며 “세계 체외진단 기업이 평균 20배 초반의 밸류에이션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상당한 저평가 상태”라고 했다.

그동안 국내 진단키트 업체들은 코로나19 진단키트 매출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높은 밸류에이션(주가수익비율)을 부여받지 못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위드 코로나’가 본격화하면서 진단키트 업체들의 실적이 꺾일 것이라는 우려가 주가를 끌어내렸다. 씨젠과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지난해 고점 대비 각각 48%, 18%가량 조정받았다.

최근 코로나19 진단키트 매출이 당초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사상 최고 수준까지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씨젠과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지난달부터 대형 수출 계약을 발표하고 있다. 씨젠은 510만명이 검사 받을 수 있는 분량의 진단시약을 이스라엘에 수출한다고 밝혔고,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이달 총 3400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공시했다. 김 연구원은 “코로나19 매출이 둔화되지 않는다는 점이 주가 하방을 지지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닝 서프라이즈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씨젠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을 2154억원으로 추정했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기존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74.4% 웃도는 수준이다. 올해 씨젠의 연간 영업이익은 5320억원으로, 컨센서스(3019억원)보다 76.2% 높을 것으로 추정했다.

진단키트 업체들이 팬데믹 기간에 벌어들인 현금으로 신사업에 진출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인수합병(M&A)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사업구조를 확보할 경우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국내 진단 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M&A를 추진하고 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지난해 11월 브라질 2위 진단기업 에코디아그노스티카를 인수한 바 있다. 김 연구원은 “진단키트 업체에 대한 시각을 ‘막대한 현금성자산을 보유한 저평가된 기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