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전화로 우크라이나 사태 해법을 놓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50분간 전화로 담판을 벌였다. 12월 7일 화상 정상회담을 한 지 23일 만이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서 즉각 병력을 철수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미국과 동맹들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그런 행동은 엄청난 실수가 될 것”이라며 “지난 30년간 그런 실수를 많이 했던 만큼 지금 상황에서는 그러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가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정책보좌관을 인용해 보도한 데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해 러시아에 새로운 제재를 하면 미국과 러시아 관계는 완전하게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막고 NATO의 동진 금지 등을 포함한 안전보장안을 즉각 수용하라고 압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든 주권 국가는 자국 안보에 대한 결정을 내릴 권리를 보유해야 한다”며 부정적인 뜻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두 정상은 외교적 해결 가능성도 열어놨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초 미·러 간 양자 전략적 안정화 대화를 시작으로 NATO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러시아와 외교적 해법에 나서기로 한 데 대해 지지 의사를 밝혔다. 미국과 러시아는 1월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실무협상을 벌인다. 이어 12일에는 NATO와 러시아, 13일에는 OSCE가 러시아와 협상에 나선다.

미 고위 당국자는 “두 정상은 의미 있는 진전이 가능한 영역과 합의가 불가능한 영역이 있음을 서로 인정했다”고 말했다. 러시아도 “바이든 대통령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보였다”며 “이번 통화가 실질적이며 구체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