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네이버와 공동으로 기획한 ‘인생맛집 통나무집 닭갈비’ 밀키트. /이마트 제공
이마트가 네이버와 공동으로 기획한 ‘인생맛집 통나무집 닭갈비’ 밀키트. /이마트 제공
이마트와 네이버가 협업해 지역 소상공인에게 온·오프라인 판로를 열어주는 ‘인생맛집’ 첫 상품이 출시된다. 양사는 올 7월부터 네이버 푸드윈도에 입점한 전국 특색 맛집들의 참가 지원을 받아 경쟁력 있는 상품을 ‘인생맛집’ 브랜드로 개발하는 ‘지역명물챌린지’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이마트-네이버 콤비의 ‘인생맛집’

‘지역명물챌린지’에 앞서 테스트 개념으로 사전 기획한 ‘인생맛집 통나무집 닭갈비 밀키트(1만5800원, 2인분, 냉장)’가 지난 4일 출시됐다. 전국 이마트 매장과 쓱닷컴, 네이버 이마트몰 장보기에서 구매할 수 있다.

통나무집 닭갈비는 40년 전통의 정통 철판닭갈비로, 1978년 춘천 소양강댐 인근 신북읍에서 개업해 2대째 사랑받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 맛집이다. 통나무집 닭갈비의 입소문으로 춘천 소양강댐 일대가 닭갈비 식당촌(村)으로 형성됐고, 블루리본 서베이 등 공인 맛집 리스트에 수차례 이름을 올렸다.

이마트 피코크 상품개발팀은 통나무집 닭갈비 특유의 맛을 살리기 위해 여러 번의 미팅과 미각 테스트를 통해 특제소스의 맛을 구현했다. 양배추, 떡, 양파, 단호박, 대파, 마늘, 깻잎을 함께 구성해 추가 재료 없이 손쉽게 요리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이마트와 네이버는 3차에 걸친 평가를 통해 ‘지역명물챌린지’를 잇따라 선보일 계획이다. 참가를 신청한 160개 셀러 340여 개 상품을 대상으로 상품별 리뷰와 평점, 이마트 피코크 바이어와 셀러의 1 대 1 상담 평가를 거쳐 22개 셀러의 34개 상품을 2차 후보로 선정했다.

지난달 4일부터 10일까지 1주일간 네이버 푸드윈도에서 열린 기획전과 쇼핑라이브에서의 판매량, 상품 평점, 리뷰 등 고객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했다.

최종 선정된 상품 중 △순대실록 본점의 순대국밥, 순대스테이크 △일산교자의 닭칼국수 △명륜쭈꾸미의 주꾸미볶음 △미가들깨수제비의 들깨수제비 △대추나무집의 돼지 짜글이찌개 등 6개 메뉴는 간편가정식과 밀키트로 상품화하기 위한 검토에 들어가 이르면 내년 1분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전북 전주 풍년제과의 초코파이와 서울 시간을들이다의 크로아상도 이마트 델리 매장에서 판매를 목표로 상품을 개발 중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된 상품은 전국 이마트 매장뿐만 아니라 쓱닷컴, 네이버 이마트몰 온라인 장보기 등 다양한 채널에서 판매된다. 이를 통해 지역 소상공인의 판로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폭풍 성장하는 피코크

인생맛집 시리즈가 가능한 건 이마트가 2013년 첫선을 보인 식품 자체브랜드(PB) 피코크의 저력 덕분이다. 피코크 매출은 지난달 기준으로 벌써 3000억원 고지를 넘어 4000억원을 넘볼 정도로 성장 중이다. PB 브랜드는 저렴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프리미엄 마케팅, 전국 맛집과의 협업, 오래된 제품을 과감하게 리뉴얼하는 혁신 등 3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피코크 제품은 간편하게 요리해 먹는 밀키트와 데워서 바로 먹는 가정간편식(HMR)이 다수다. 상품 수는 약 1000개다. 이마트 고객 중 피코크 구매 비중은 올해 기준 51.6%다. 이마트 고객 두 명 중 한 명이 피코크 제품을 찾았다는 얘기다.

피코크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맛집과의 협업이다. 이마트는 피코크 출시 첫해부터 맛집 발굴에 주력했다. 맛집 요리를 집에서 먹고 싶어 하는 소비자를 겨냥했다. 피코크 바이어들이 발로 뛰며 “그런 거 안 한다”는 맛집들을 설득했다. 출시 1년간 24만 개가 팔린 히트작 ‘피코크 초마짬뽕’, 2018년 맛집 요리를 밀키트로 구현한 서브브랜드 ‘고수의 맛집’ 등이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

코로나19는 피코크의 위상을 높였다. 수십 년 된 노포와 미쉐린가이드 레스토랑이 먼저 협업 제안을 해왔다. 미쉐린가이드에 세 차례 선정된 가정식 식당 일호식의 대표 메뉴를 밀키트로 구현한 ‘일호식 스키야키’, 미쉐린가이드에 4년 연속 선정된 태국 음식점 툭툭누들타이와 협업한 ‘툭툭누들타이 팟타이’가 연달아 나왔다.

현재 피코크의 맛집 콜라보 상품은 70여 종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피코크는 상품 수 등 외형을 키우는 것보다 제품의 맛을 개선하는 데 주력했기 때문에 소비자 선택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피코크 바이어들이 구상한 ‘품질과 맛’을 현실로 구현하는 조직은 한식 양식 등 각 분야 셰프들이 모인 ‘비밀연구소(상품개발실)’다. 피코크 비밀연구소는 인기 제품도 과감히 뜯어고친다. 베스트셀러도 피코크 셰프와 바이어, 맛집이 수시로 소통하며 개선점을 찾는다. 올해만 피코크 전체 제품의 10%인 100여 종을 리뉴얼하고 있다.

최현 이마트 피코크 담당은 “지역의 우수 상품에 피코크의 상품 개발 노하우가 더해져 지역 ‘인생맛집’을 집에서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게 됐다”며 “고객과 소상공인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상생협력 모델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