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벌떡 일으킨 '명품 보복소비'
국내 주요 백화점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의 2분기 실적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웃돌았다. 1년 반째 이어진 코로나19 사태에 지친 소비자들이 명품과 패션 보복소비에 나선 결과다.

신세계는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962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고 12일 공시했다. 2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지난해 2분기엔 코로나19 타격으로 431억원의 적자를 냈다. 매출은 1조3953억원으로 37.6%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의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81억원)보다 609.6% 증가한 577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분기(507억원)보다 높았다. 같은 기간 매출은 8638억원으로 67.2% 늘었다.

백화점 벌떡 일으킨 '명품 보복소비'
일등공신은 백화점이다. 신세계백화점 영업이익은 670억원으로 전년 동기(239억원)의 약 세 배로 늘었다. 감염병 확산 후 내내 부진했던 여성패션(26.3%)과 남성패션(23.0%) 매출이 지난 4월부터 반등한 영향이 컸다. 명품(55.4%)과 해외패션(42.8%)도 고성장을 이어갔다.

백화점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에도 새 점포를 열고 기존 점포를 바꾸는 등 오프라인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이런 시도가 보복소비와 맞물려 성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월 개장한 여의도 더현대서울(사진) 등 신규 점포 효과로 백화점 부문 매출이 28.1% 뛰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달 대전에 새 점포 ‘아트 앤 사이언스’를 개장한다. 강남점과 경기점 등은 리뉴얼하고 있다.

백화점 관계자는 “명품·해외패션 등 ‘럭셔리 소비’는 쿠팡 등 e커머스가 장악하지 못한 분야”라며 “럭셔리 시장을 주도하는 백화점들이 점포를 혁신하며 온라인이 대체할 수 없는 오프라인 영역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계열사도 선방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해외패션 등 명품 사업의 성장으로 2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265억원)을 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영업적자 규모가 지난해 2분기 181억원에서 올해 77억원으로 줄었다. 수입화장품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2분기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7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474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할인점(이마트) 기존 점포 매출이 지난해 3분기부터 다섯 분기 연속 증가하며 실적을 끌어올렸다. 트레이더스와 노브랜드 등 전문점 매출은 각각 23%, 5.9% 늘었다. 이마트24와 신세계TV쇼핑 등 주요 자회사 실적도 고르게 개선됐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