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귀현상' SK바이오사이언스…개미들 교보증권서 쓸어담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18일 상장 첫날 상한가로 직행해 16만90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거래금액 중 70%가 교보증권에서 나온 것으로 집계돼 눈길을 끌었다. 매수 주체는 개미(개인투자자)들이었다.

시가총액이 12조9285억원인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날 하루 종일 '팔자세'가 없어 매물 품귀 현상을 빚었다. 이 와중에 교보증권 창구로 들어온 매수 주문이 총 52만9814주 체결됐다. 3~6만주에 불과한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키움증권 등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수준이다.

교보증권을 통해 빠르게 호가를 넣은 주문이 많이 체결된 셈이다. 주식 거래에선 가장 빠르게 주문을 넣었는지와 얼마나 넣었는지가 체결 여부를 좌우한다. 공모주를 예로 들면 상장일 호가가 상한가일 경우, 가장 먼저 접수된 호가부터 주문이 선착순으로 체결된다.

교보증권을 통해 들어온 주문은 대부분 개인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SK바이오사이언스의 투자 주체별 거래금액을 보면 개인이 297억원을 순매수했고,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138억원, 131억원을 팔아치웠다.

업계에선 전문 투자세력이 물량을 싹쓸이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지만, 여기에 여러 명의 개인이나 법인이 포함돼 있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알기 어렵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개인정보와 관련돼 있어 구체적으로 누가 주문을 넣었는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거래소 역시 매수 주체를 특정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수사권을 가진 경찰 등이 요청해오지 않는 이상 각 증권사 창구에서 누가 주문을 넣었는지는 파악하지 않는다.

일각에선 증권사마다 사용하는 전산망의 속도 차이 때문에 빚어진 해프닝이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거래소는 전산망의 차이로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각 증권사에서 주식 주문을 넣으면 거래소로 주문이 순서대로 들어오고, 이후에 거래소에서 체결된다"며 "각 증권사가 어떤 전산망을 사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전산망의 차이로 이런 결과가 빚어지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SK바이오사이언스의 주가는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일 유통 가능한 주식이 적었고, 당분간 나올 물량도 많지 않다는 점에서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공시한 증권발행실적보고서를 보면 기관 배정 물량 중 85.26%에 해당하는 1076만2090주가 최단 15일에서 최장 6개월에 이르는 의무보유 확약(일정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약속)을 맺었다. 기존 다른 대어급 공모주와 비교하면 빅히트(78.37%), 카카오게임즈(72.57%), SK바이오팜(52.25%) 보다 의무보유 확약 비율이 높은 수준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