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건설노조가 23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무실을 점거하는 등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압박하고 나선 가운데 해당 법안이 통과하면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장관 및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등 중앙부처 기관장까지 처벌 대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기관장 등 공무원에 대한 형사 처벌 규정이 포함되면서다.

23일 국회에 따르면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7조는 '공무원의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해당 조항에는 '기관의 장 또는 상급자로서 해당 직무를 게을리하거나 의무를 위반해 사람이 사망 등 중대 재해에 이르게 하는 데 기여한 공무원은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상 3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이러한 규정은 △사업장이나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에 대한 위험의 예방 및 안전관리와 보건관리 의무 준수 여부의 감독 △사업장이나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건축 및 사용에 대한 인허가 △사업장에서 취급하거나 생산·제조·판매·유통 중인 원료나 제조물의 안전·보건조치의무와 관련된 감독·인허가 권한을 가진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다.

해당 조항에서 규정한 처벌 대상 범위가 불명확해 해석에 따라 국토부·산업부·환경부 장관, 식약처장 등이 처벌 대상에 포함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민호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현재 법안대로라면 인허가권을 가진 장관도 처벌 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헌법에서 보장하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다분하다"며 위헌 가능성을 지적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역시 이런 문제점을 제기했다. 법사위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처벌 대상에 포함되는 '상급자'의 개념과 범위 및 '중대재해에 이르게 하는 데 기여한'이 의미하는 바가 명확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했다.

해당 법안의 처벌 수위 또한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검토보고서는 "직무유기죄가 범죄를 통해 이득을 취득하는 경우로 보기 어려우므로 벌금형으로 '3천만원 이상 3억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는 것이 과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공무원뿐 아니라 기업인 대상 처벌 규정도 과도하다는 게 법사위 지적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는 근로자가 사망에 이르는 중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에 대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0만원 이상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했다.

검토보고서는 "유사한 유형의 과실범 내지 안전의무 위반범에 대한 법정형에 비추어 법정형이 높은 측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예컨대 형법상 업무상과실·중과실 치사상의 경우 '5년 이하 금고, 2000만원 이하 벌금'이며,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치사상을 입혔을 경우 '5년 이하 금고,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민주당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위헌성과 정합성 등으로 고려했을 때 당론으로 채택하는 데 신중한 입장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 20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중대한 재해를 예방하고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정신은 양보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관련법과의 정합성, 법적 완결성 등은 법사위가 판단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의당과 민주당 내 일부 의원, 민주노총까지 나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당론 채택을 압박하고 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