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촉발된 3월 폭락장에서 투자자들은 기회를 발견했다. 국내 주식뿐 아니라 해외로도 눈을 돌리며 해외주식 투자는 큰 트렌드가 됐다. 기대대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연저점(3월 23일)을 찍은 이후 약 한 달 만에 폭락 이전 수준으로 올라왔다. 상하이종합지수는 2월 1차 폭락 후 한 달 만에 회복했고 코스피지수도 직전 수준 회복까지 두 달이 걸렸다.

글로벌 증시가 ‘패닉’ 상태에서 탈출한 4월 초, 증권사들은 앞다퉈 해외주식을 추천했다.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그 종목들을 들고 있었다면 수익률은 어땠을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이 4월 초에 발표한 매수 추천 종목을 비교해봤다.

아마존 등 두드러진 상승

증권사들이 추천한 해외주식, 6개월 성적표 살펴보니…
증권사들은 4월 초 대부분 비대면 기업을 추천했다. 다섯 개 증권사 모두 아마존을 유망 기업으로 꼽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네 곳이,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텐센트는 세 곳이 매수를 추천했다. 이 외에도 유나이티드헬스그룹, 항서제약, 길리어드사이언스 등 바이오기업과 나이키, 해천미업, 구이저우마오타이주 등 소비 관련주를 권하기도 했다.

KB증권은 당시 ‘코로나 이후를 대비한 포트폴리오 전략’이라는 보고서에서 “기업 매출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주주환원 정책을 고수할 만큼 잉여현금흐름이 여유로운 기업과 장기 성장성이 높은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마존, IBM 등을 꼽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이 작은 비대면주와 데이터 관련주를 추천했다.

삼성증권도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사업모델을 기반으로 독과점에 가까운 영향력을 지닌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며 어도비, 길리어드사이언스 등 19개 종목을 꼽았다.

비대면 웃고 바이오·통신 울고

각 증권사가 추천한 종목의 6개월 수익률 평균을 계산해봤다. 한국투자증권의 포트폴리오가 50.26%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다. 아마존이 60.89%, 징둥닷컴이 89.26% 오른 덕이다.

41.16%의 수익률을 기록한 키움증권 종목 가운데는 중국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인 럭스셰어정밀산업이 93.69%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 회사는 애플 충전기 제조를 시작으로 에어팟, 아이폰 제조까지 영역을 넓혔다. 퀄컴도 8월 이후 급등하며 74.45% 올랐다.

NH투자증권 추천종목 중에서는 ‘일본판 마켓컬리’로 불리는 일본 유기농 식자재 판매기업 오이식스라다이치(115.38%)의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반면 중국 5세대(5G)시장 성장 수혜주로 꼽혔던 통신용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업체 선난서킷은 부진했다.

삼성증권이 추천한 소비 관련주 가운데는 중국 식품업체 해천미업(53.53%) 우량예이빈(82.09%) 등이 괜찮은 성적을 올렸다. 길리어드사이언스(-13.15%) 항서제약(-5%) 등은 7월 이후 조정받았다. KB증권이 추천한 방산업체 레이시온(-7.42%)과 통신사 AT&T(-7.84%)도 부진했다.

10월 추천종목은

코로나19가 길어지고 미국 대선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증권사들은 추천종목을 바꿨다. 한국투자증권은 ‘집콕’ 트렌드에 주목하라고 조언하면서 8일 새로운 유망종목들을 제시했다. 아마존을 제외하고 대신 미국 가구업체 홈디포와 웨이페어, 중국 조미료 대장주 해천미업 등을 넣었다.

키움증권은 5G 관련주를 유망종목으로 꼽았다. 도널드 트럼프와 조 바이든 모두 5G산업에서 우위를 점하고 미국 내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통신부문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원주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스코시스템즈에 대해 “재택근무 도입이 확대되면서 클라우드, 기업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등은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매출 증가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모듈업체 투식스도 추천종목에 넣었다.

KB증권은 친환경 기업을 추천했다. 김세환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폐기물 처리 시장은 2027년까지 연평균 5.5% 성장할 것”이라며 폐기물 처리 및 재활용 기업인 웨이스트매니지먼트를 권했다.

NH투자증권은 태양광용 웨이퍼 제조 1위 기업인 융기실리콘을 새로 추천했다. 올해 4분기 중국 태양광 설치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