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 7함대 소속 구축함과 잠수함 등이 이달 초 남중국해를 순찰하고 있다.  미 해군 7함대 제공
미 해군 7함대 소속 구축함과 잠수함 등이 이달 초 남중국해를 순찰하고 있다. 미 해군 7함대 제공
중국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홍콩 국가보안법을 통과시킨 지난 28일 미 해군은 일본 요코스카항에 주둔하던 이지스 구축함 머스틴호를 남중국해 파라셀군도로 파견했다. 남중국해는 중국과 주변국들의 영유권 다툼이 고조되고 있는 곳이다. 특히 파라셀군도에선 중국과 대만, 베트남이 맞붙고 있다. 미 해군은 “이번 작전을 통해 해당 수역이 중국 영해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고 발표했다.

미·중 함대 10회 이상 조우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미·중이 군사 작전을 확대하고 있는 남중국해가 무력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급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90%가량을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며 미국 및 인접국들과 마찰을 빚어왔다. 미국은 상당 해역이 중국 영해가 아니라 공해(公海)라며 이 지역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쳐왔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올해 3월 이후 양국 함대는 남중국해에서 10회 이상 맞닥뜨렸다. 리드 워너 국방부 동남아담당 차관보는 “평소보다 훨씬 자주 중국 함정들과 마주치고 있다”며 “군사적 충돌이 우려될 정도의 급박한 상황도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달 초에는 말레이시아 시추선을 둘러싸고 중국과 미국, 베트남, 호주 함대가 출동하면서 5개국이 대치하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지난달 중순부터 중국의 지질탐사선이 시추선 옆에서 탐사 활동을 벌이자 다른 나라들이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존 아퀼리도 미 태평양함대 사령관은 “중국이 동남아 국가들의 자원 개발 및 어업 활동에 가해온 위협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은 해당 해역에서 통상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역외 국가인 미국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맞섰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 공군 전략폭격기 B-1B 랜서도 지난 26일 남중국해 상공을 비행하며 중국을 긴장시켰다. 괌 공군기지에 주둔 중인 B-1B는 올해 수차례 대만해협과 남중국해를 비행하며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면서 두 달간 활동을 중단했던 핵추진 항공모함 루스벨트호도 다시 이 지역으로 출항했다.
중국은 대만 영해까지 넘봐

중국은 대만이 실효 지배 중인 프라타스군도(중국명 둥사)를 점령하는 대규모 군사 훈련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교도통신은 인민해방군이 오는 8월 남중국해 하이난다오에서 섬 탈환 훈련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지난 12일 보도했다.

프라타스군도는 중국 해군의 주력 거점인 하이난다오에서 대만 남부 바시해협을 거쳐 태평양으로 향하는 해상 요충로에 자리잡고 있다. 중국은 첫 국산 항공모함인 산둥호를 지난해 12월 이 지역에 배치하는 등 군사력을 과시하고 있다. 대만에서 반중(反中) 성향인 민주진보당 정부가 2016년 집권한 이후 인민해방군을 중심으로 무력 동원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은 이에 대응해 미국으로부터 현존 최강 무인공격기(드론)로 꼽히는 MQ-9 리퍼 4기를 구입해 둥사군도에 배치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군사전문가 쑹중핑의 발언을 인용해 “대만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무시하고 독립을 시도하면 군사 훈련이 언제든 실제 행동으로 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트남·필리핀 등과도 지속 충돌

남중국해는 ‘아시아의 지중해’로 불리는 지정학적 요충지다. 수산물과 광물 자원도 풍부하다.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 등은 1960년대 후반 남중국해에 세계 매장량의 10%가 넘는 230억~300억t의 석유가 매장돼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천연가스 매장량은 16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1947년 남중국해에 ‘남해구단선’을 설정했다. 4개 군도인 파라셀, 스프래틀리, 매클스필드, 프라타스를 각각 시사(西沙), 난사(南沙), 중사(中沙), 둥사(東沙)라 부르며 지배권을 주장했다. 각 군도 주변 암초들에는 7개 이상의 인공 구조물을 구축하기도 했다.

남해구단선은 남중국해 전체 해역의 90%가량을 둘러싸고 있는 9개의 선이다. 이를 이으면 알파벳 U자 형태가 된다. 문제는 이 선이 베트남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대만 등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해한다는 점이다. EEZ는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영토(연안 또는 섬)로부터 200해리(약 370㎞)까지 인정된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분쟁 해결기구인 상설중재재판소(PCA)는 2016년 중국이 세운 인공섬이 암초일 뿐 영해 근거가 되는 ‘섬’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남해구단선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임의로 8월 16일까지를 하계 금어기로 지정한 뒤 불법 어로 행위에 강력 대처하겠다고 통보해 주변국 분노를 사기도 했다.

베트남 정부는 “중국의 일방적인 결정을 거부한다”며 “남중국해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지 말라”고 반발했다. 베트남어업협회와 필리핀 어업계도 중국이 금어기를 선포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또 지난달 민정부(民政部·행정 총괄 부처) 홈페이지에 “시사구와 난사구를 하이난성 싼사시 산하에 둔다”고 공고했다. 시사구는 파라셀군도와 매클스필드군도를, 난사구는 스프래틀리군도를 각각 관할한다.

중국은 2012년 주변국 반발 속에서 남중국해를 관할하는 행정구역인 싼사시를 출범시켰다. 이번에 구(區)급 행정구를 추가한 것은 남중국해가 중국 영해라는 주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