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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생사기로에 선 기업 발목잡는 서울시 '완력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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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 복리를 내세우는 행정이 사적 자치나 사유재산권 문제와 부딪힐 때 무엇이 우선이며, 해법은 어떤 식으로 찾아야 할까. 해결 방법과 절차는 어떻게 해야 합헌적이며, 보편·합리·상식에도 맞을까. 서울 도심의 대한항공 소유 땅에 대한 서울시의 ‘문화공원’ 추진은 현대 민주정부의 행정이 안고 있는 이런 구조적 문제점을 새삼 일깨워준다.

    문제의 부지는 서울 송현동 3만6642㎡ 규모의 나대지다. 대한항공이 2008년 삼성생명에 2900억원을 주고 사들인 뒤 최고급 한옥호텔을 세우려다 뜻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잘 알려진 땅이다. ‘학교 인근에 호텔을 지을 수 없다’는 규제 법규가 ‘관광 한국, 글로벌 서울’ 같은 정책 구호와 맞는 것인가 하는 논란도 이 부지로 비롯됐을 때가 많았다. 늘 논란만 요란했을 뿐 뚜렷한 결론도 없이 도심 금싸라기 땅은 18년간 나대지로 방치돼 왔다.

    그러는 사이 서울시는 인근 경복궁과 인사동을 연계하는 문화공간으로 추진했다. 문제는 서울시의 행정 방식이다. ‘코로나 쇼크’로 생사의 기로에 선 대한항공은 정부 주도의 긴급 금융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내년 말까지 2조원의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이 땅도 그렇게 우선 처분 대상이 됐고, 매각주간사까지 선정됐다. 인수 의향이 있는 기업도 있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서울시가 문화공원 지정 절차를 진행하며 사실상 공원용지로 못 박아 버린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서울시 외에는 살 곳이 없는 데다, 가격 결정권까지 서울시로 넘어갔다고 봐야 할 판이다. ‘행정권 남용’ ‘반칙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올 만하게 됐다.

    서울시가 문화공원을 추진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대한항공이 추진해온 공개매각 경쟁 입찰에 시(市)도 참여해 공매 절차를 존중하며 ‘적정가격’을 지불하고 사들인다면 이런 논란을 초래할 이유가 없다. 생사기로에 선 기업이 정부와 채권단 요구에 부응하며 회생의 몸부림을 치는 것을 본다면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해 줘도 모자랄 판이다.

    공익이 소중한 만큼 사유재산권도 보호돼야 한다. 그게 대한민국 헌법 정신이다. 공익에 가려진 횡포를 막아야 한다. ‘제로페이’처럼 과잉 행정, 행정 만능에 빠진 것은 아닌지 서울시 스스로 돌아보기 바란다. 복마전처럼 과도한 보상을 해 주는 지자체발(發) 정경유착만큼이나 ‘완력 행정’도 경계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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