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조기 등 개인위생 관련 가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타격을 받은 가전업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건조기 시장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샅바 싸움이 벌어진 것이란 분석이다.

'트루스팀' 기능을 앞세운 LG전자 건조기를 겨냥한 '저격 광고'인 셈이다.
"스팀이 필요 없는 에어살균+" 등의 종전 삼성 TV 광고 문구보다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일각에선 삼성이 가스식 건조기 구조상 스팀 방식이 필요해 관련 제품을 내놓은 외국에서와 달리, 국내엔 스팀 건조기를 출시 않기로 잠정 결정하면서 이같이 광고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광고를 두고 "스팀 기술 탑재 건조기라고 해도 건조 자체를 고온 스팀으로 한다고 보긴 어려운데 소비자들이 오해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는 "건조기에 탑재된 스팀은 건조를 위한 것이 아닌 살균 방식일 뿐"이라며 "LG 건조기 내부 온도는 여타 건조기와 동일하게 저온으로 유지된다. 옷감이 손상될 여지가 없다"고 반박했다. 고온 스팀은 살균뿐 아니라 옷의 주름을 펴주고, 구김·주름 완화 등에도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LG의 트루스팀과 삼성의 에어살균+은 기본적으로 건조보단 살균 기능이다. LG전자는 트루스팀을 옷감에 밴 냄새를 비롯해 황색포도상구균·녹농균·폐렴간균 99.99% 제거 기능을 인증받은 프리미엄 기능임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의 에어살균+도 대장균, 녹농균, 황색포도상구균 등을 99.9% 제거할 수 있고 이불 속 집먼지 진드기까지 100% 박멸한다고 검증 받았다.

히트펌프는 열을 저온 측에서 고온 측으로 이동시키는 장치다. 제습기 원리처럼 따뜻한 냉매가 건조통 내부를 데워 옷감 속 수분을 수증기로 만들고, 차가운 냉매가 이 수증기를 물로 만들어 외부로 배출해준다. 히트펌프는 컴프레서와 모터를 제어하는 '인버터'를 넣는데, 특정 상황에만 작동한다. 따라서 열풍식 건조에 비해 전력소모량이 크게 줄고 건조 온도가 낮아 옷감 손상이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양사는 올해 출시된 제품에 히트펌프를 보다 진화시킨 건조 신기술을 채택했다. LG 트롬 건조기 스팀은 히터 방식이 섞이지 않은 100% 저온제습 건조 기술과 함께 '4세대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 기술'이 적용됐다. 냉매를 압축하는 실린더가 2개인 대용량 컴프레서를 탑재해 건조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끌어 올리는 동시에 옷감 손상 걱정을 줄였다는게 LG 측 설명이다.
삼성 그랑데 AI 건조기는 히터의 장점과 히트펌프의 저온 제습 방식을 결합한 '이중 섬세 건조' 방식을 사용했다. 히터로 초반에 공기를 데운 뒤 히트펌프의 저온 제습 방식으로 말려 고속 건조를 가능케 했다. 건조기 내부 최고 온도도 60도를 넘지 않게 해 옷감 손상 걱정이 없다. 핵심 부품인 컴프레서와 열교환기 용량도 최대로 크게 키워 국내 건조기 중 유일하게 한국에너지관리공단으로부터 에너지 효율 1등급을 받기도 했다.
살균 기능을 앞세운 양사 건조기는 코로나19로 예상외의 특수를 맞으며 올해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양사에 따르면 삼성 그랑데 AI 건조기는 출시 후 약 2개월 만에 판매량이 3만대를 넘었다. 전년 동기 대비 60% 가까이 늘었다. LG 트롬 건조기 스팀 씽큐 역시 출시 약 3주 만에 판매비중이 전체 LG 건조기의 절반에 달하며 호조를 보이고 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