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푸르덴셜생명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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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兆에 인수…非은행 강화
'리딩금융그룹' 탈환 시동
'리딩금융그룹' 탈환 시동
▶마켓인사이트 4월 10일 오전 6시40분
KB금융지주가 국내 중위권 알짜 생명보험회사인 푸르덴셜생명을 품에 안았다. 신한금융지주의 오렌지라이프 인수로 빼앗겼던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탈환하는 데도 청신호가 켜졌다.
KB금융은 10일 이사회를 열어 푸르덴셜생명 인수 및 자회사 편입 승인 안건을 결의하고 미국 푸르덴셜생명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가격은 2조2650억원이다. 인수 후 거래 종료 시점까지 푸르덴셜생명의 지분가치 상승 예상금액인 750억원도 이자 형태로 추후 지급한다. 이를 포함한 총 인수 가격은 2조3400억원이다.
KB금융은 경쟁을 벌였던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를 제치고 인수에 성공했다. 상대적으로 빈약했던 생명보험 부문을 보강할 길이 열렸다. 기존 생보 계열사인 KB생명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자산이 10조453억원으로 국내 24개 생보사 중 17위에 머물렀다. 푸르덴셜생명은 자산 21조794억원으로 업계 11위다. 두 회사가 합쳐지면 자산 총액은 30조원을 웃돌고 순위는 9위로 뛰어오른다.
금융지주 간 경쟁에서 ‘왕좌’를 탈환할 발판도 마련했다. 신한금융은 2018년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를 인수하면서 KB금융을 제치고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차지했다.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을 품게 된 만큼 올해 두 지주는 순이익 기준으로 박빙의 승부를 펼칠 전망이다.KB금융 '왕좌의 게임' 반격…"푸르덴셜 앞세워 신한금융 잡는다"
KB금융지주가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성공하면서 국내 리딩금융그룹 경쟁이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KB금융은 신한금융의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인수로 내줬던 1위 자리 탈환에 나선다. 보험사 실적에 따라 올 한 해 두 지주 간 순위가 결정될 전망이다. KB금융, 생명보험 약점 보강
KB금융은 이번 인수를 위해 오랜 기간 공을 들여왔다. 푸르덴셜생명이 매물로 나온 것은 작년 말이었다. KDB생명 등 경쟁 매물에 비해 우량한 보험계약이 많고 재무적으로 튼튼하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혔다. 푸르덴셜생명의 지급여력비율(RBC)은 작년 9월 말 기준 515%로 업계 최상위였다. RBC는 보험회사 건전성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다.
생명보험 분야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KB금융 입장에서는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인수에 성공하면 신한금융과의 리딩금융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다. 전략적 투자자(SI)로서 놓치기 어려운 매물이었다는 평가다.
그러나 경쟁자가 많았다. 높은 배당성향 등을 기대하는 재무적 투자자(FI)가 대거 달려들었다.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 PE 등 국내 대표급 사모펀드가 앞다퉈 입찰에 뛰어들었다. 현대라이프를 갖고 있는 대만계 푸본그룹도 예비입찰 단계까지 참여했다. 우리금융지주도 한때 사모펀드(PEF)를 통한 지분 투자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 0%대로 떨어지는 등 악재도 많았다. 금리가 낮아질수록 보험사 수익성은 악화되고, 매물로서의 가치는 떨어진다. 일부 후보는 중도 하차했다. 매각 측은 KB금융과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등 끝까지 관심을 보인 3개사를 대상으로 지난 6일 경매호가식 입찰(progressive deal)을 받았다. 2조3000억원 수준의 가격을 제시한 KB금융이 결국 최종 승자가 됐다. 2014년 KB캐피탈(옛 우리파이낸셜), 2015년 KB손해보험(옛 LIG손해보험), 2016년 KB증권(옛 현대증권)에 이어 또다시 대형 인수합병(M&A)을 통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게 된 셈이다.
리딩금융 경쟁 본격화
KB금융은 이번 인수로 신한금융에 내줬던 ‘리딩금융’ 자리 탈환도 노릴 수 있게 됐다. KB금융의 지난해 순이익은 3조3118억원으로, 신한금융(3조4035억원)보다 917억원 적었다. 푸르덴셜생명의 지난해 순이익은 이보다 많은 1464억원이었다. 단순 계산 시 두 그룹 간 순이익 격차를 메우고도 남는 규모다. 다만 신한금융 역시 올해 초 오렌지라이프를 100% 자회사로 편입해 약 979억원(잠정치)의 순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측이 올해 리딩금융 경쟁에서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생보업에서도 경쟁할 만한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계열사인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이 합쳐지면 자산 총액이 30조원(지난해 기준)을 웃돈다. 자산 규모가 33조원 수준인 오렌지라이프와도 정면 대결이 가능해진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두 번째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실적과 내부 평판이 좋은 데다 다른 금융그룹과 달리 금융감독 당국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런 가운데 푸르덴셜생명 인수까지 성공하면서 3연임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
다만 어두운 보험 업황을 극복하고 실적을 내야 하는 점은 부담이다. 보험사들은 초저금리 상황에서 과거에 판 고금리 상품에 대한 이자를 계속 지급해야 하는 ‘역마진’ 우려에 빠져 있다.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인한 자본 확충 과제도 안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2023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되면 자본적정성이 높은 생보사의 가치는 지금보다 상승할 것”이라며 “푸르덴셜생명의 자본적정성이 국내 최고 수준인 만큼 충분히 더 좋은 회사로 키워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KB금융은 조만간 푸르덴셜생명 직원을 포함한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인수 후 조직 안정 및 시너지 강화 방안 등 주요 과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상은/정소람 기자 selee@hankyung.com
KB금융지주가 국내 중위권 알짜 생명보험회사인 푸르덴셜생명을 품에 안았다. 신한금융지주의 오렌지라이프 인수로 빼앗겼던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탈환하는 데도 청신호가 켜졌다.
KB금융은 10일 이사회를 열어 푸르덴셜생명 인수 및 자회사 편입 승인 안건을 결의하고 미국 푸르덴셜생명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가격은 2조2650억원이다. 인수 후 거래 종료 시점까지 푸르덴셜생명의 지분가치 상승 예상금액인 750억원도 이자 형태로 추후 지급한다. 이를 포함한 총 인수 가격은 2조3400억원이다.
KB금융은 경쟁을 벌였던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를 제치고 인수에 성공했다. 상대적으로 빈약했던 생명보험 부문을 보강할 길이 열렸다. 기존 생보 계열사인 KB생명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자산이 10조453억원으로 국내 24개 생보사 중 17위에 머물렀다. 푸르덴셜생명은 자산 21조794억원으로 업계 11위다. 두 회사가 합쳐지면 자산 총액은 30조원을 웃돌고 순위는 9위로 뛰어오른다.
금융지주 간 경쟁에서 ‘왕좌’를 탈환할 발판도 마련했다. 신한금융은 2018년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를 인수하면서 KB금융을 제치고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차지했다.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을 품게 된 만큼 올해 두 지주는 순이익 기준으로 박빙의 승부를 펼칠 전망이다.KB금융 '왕좌의 게임' 반격…"푸르덴셜 앞세워 신한금융 잡는다"
KB금융지주가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성공하면서 국내 리딩금융그룹 경쟁이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KB금융은 신한금융의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인수로 내줬던 1위 자리 탈환에 나선다. 보험사 실적에 따라 올 한 해 두 지주 간 순위가 결정될 전망이다. KB금융, 생명보험 약점 보강
KB금융은 이번 인수를 위해 오랜 기간 공을 들여왔다. 푸르덴셜생명이 매물로 나온 것은 작년 말이었다. KDB생명 등 경쟁 매물에 비해 우량한 보험계약이 많고 재무적으로 튼튼하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혔다. 푸르덴셜생명의 지급여력비율(RBC)은 작년 9월 말 기준 515%로 업계 최상위였다. RBC는 보험회사 건전성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다.
생명보험 분야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KB금융 입장에서는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인수에 성공하면 신한금융과의 리딩금융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다. 전략적 투자자(SI)로서 놓치기 어려운 매물이었다는 평가다.
그러나 경쟁자가 많았다. 높은 배당성향 등을 기대하는 재무적 투자자(FI)가 대거 달려들었다.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 PE 등 국내 대표급 사모펀드가 앞다퉈 입찰에 뛰어들었다. 현대라이프를 갖고 있는 대만계 푸본그룹도 예비입찰 단계까지 참여했다. 우리금융지주도 한때 사모펀드(PEF)를 통한 지분 투자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 0%대로 떨어지는 등 악재도 많았다. 금리가 낮아질수록 보험사 수익성은 악화되고, 매물로서의 가치는 떨어진다. 일부 후보는 중도 하차했다. 매각 측은 KB금융과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등 끝까지 관심을 보인 3개사를 대상으로 지난 6일 경매호가식 입찰(progressive deal)을 받았다. 2조3000억원 수준의 가격을 제시한 KB금융이 결국 최종 승자가 됐다. 2014년 KB캐피탈(옛 우리파이낸셜), 2015년 KB손해보험(옛 LIG손해보험), 2016년 KB증권(옛 현대증권)에 이어 또다시 대형 인수합병(M&A)을 통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게 된 셈이다.
리딩금융 경쟁 본격화
KB금융은 이번 인수로 신한금융에 내줬던 ‘리딩금융’ 자리 탈환도 노릴 수 있게 됐다. KB금융의 지난해 순이익은 3조3118억원으로, 신한금융(3조4035억원)보다 917억원 적었다. 푸르덴셜생명의 지난해 순이익은 이보다 많은 1464억원이었다. 단순 계산 시 두 그룹 간 순이익 격차를 메우고도 남는 규모다. 다만 신한금융 역시 올해 초 오렌지라이프를 100% 자회사로 편입해 약 979억원(잠정치)의 순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측이 올해 리딩금융 경쟁에서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생보업에서도 경쟁할 만한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계열사인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이 합쳐지면 자산 총액이 30조원(지난해 기준)을 웃돈다. 자산 규모가 33조원 수준인 오렌지라이프와도 정면 대결이 가능해진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두 번째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실적과 내부 평판이 좋은 데다 다른 금융그룹과 달리 금융감독 당국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런 가운데 푸르덴셜생명 인수까지 성공하면서 3연임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
다만 어두운 보험 업황을 극복하고 실적을 내야 하는 점은 부담이다. 보험사들은 초저금리 상황에서 과거에 판 고금리 상품에 대한 이자를 계속 지급해야 하는 ‘역마진’ 우려에 빠져 있다.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인한 자본 확충 과제도 안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2023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되면 자본적정성이 높은 생보사의 가치는 지금보다 상승할 것”이라며 “푸르덴셜생명의 자본적정성이 국내 최고 수준인 만큼 충분히 더 좋은 회사로 키워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KB금융은 조만간 푸르덴셜생명 직원을 포함한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인수 후 조직 안정 및 시너지 강화 방안 등 주요 과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상은/정소람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