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 전문 건설업체 동아지질이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가를 하향 조정(리픽싱)해 주가가 급락했다. 주가가 최근 1년 내 최저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내달 주주총회에서 대주주가 향후 경영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PE 인수 효과 사라지나…1년 최저가 찍은 동아지질
1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동아지질은 650원(3.82%) 떨어진 1만6350원에 마감했다. 이날 하락은 전날 회사가 BW와 CB 행사가를 1만9950원에서 1만6540원까지 낮춘 게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CB 및 BW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기준 주주들의 지분 희석이 커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동아지질은 지난 3일 장중 1년 최저가(1만5000원)까지 떨어지는 등 주가 약세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최대 주주가 바뀐 후 커졌던 시장 기대가 줄면서 기관들이 계속 매도를 하고 있는 게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8월 동아지질은 최대 주주가 도버홀딩스 외 1인으로 변경됐다. 도버홀딩스의 최대 주주는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가 운용하는 ‘크레센도제2호 성장전략 인수합병(M&A) 펀드’다. 당시 크레센도는 기존 최대 주주인 이정우 동아지질 회장 측의 지분 일부(19.5%)를 403억원에 매입하는 동시에 CB 및 BW로 400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크레센도는 미국 페이팔 공동 창업자인 피터 틸이 설립 자금을 댄 사모펀드(PEF) 운용사다. 과거 한미반도체 등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낸 것으로 유명하다.

박용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실리콘밸리 투자자로 유명한 피터 틸이 출자해 설립한 PEF 운용사여서 시장의 기대가 컸다”며 “하지만 지분 투자 후 크레센도의 뚜렷한 입장 표명이 없어 동아지질 주가가 저평가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크레센도가 내달 주총을 전후해 회사 인수 계획과 향후 경영 복안을 밝혀주길 바라고 있다. 크레센도는 CB 및 BW를 행사하면 지분율이 53.2%에 달하며 최대 주주가 된다. 이 때문에 보다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당초 피터 틸이 투자한 미국 스페이스X의 자회사 보링컴퍼니와 동아지질이 사업 협력을 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후 어떤 발표도 없어 기대를 접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