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제재를 앞두고 최고위 경영진만큼은 보호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투자자들의 손실을 자발적으로 배상하고, 내부통제 체계도 뜯어고쳤다. 달라진 모습을 보이면 전·현직 은행장이 받게 될 제재수위가 낮아질 것이란 기대가 깔려 있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 결정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30일 열린 제재심의위원회에서는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가 내려졌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의 ‘후계구도’를 크게 흔드는 결정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연임 주총 앞둔 우리금융 당혹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금융당국 징계는 경고→주의적경고→문책경고→직무정지→해임권고 순으로 무겁다. 문책경고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은 3년 동안 금융회사 취업이 막힌다. 임기까지 현직만 유지할 수 있다.

금감원은 앞서 DLF 관련 합동검사에서 우리·KEB하나은행이 상품심의 생략, 과도한 판매실적 압박, 불완전판매 등 총체적인 내부통제 부실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역대 불완전판매 분쟁 사상 최고 배상비율(20~80%)까지 인정된 만큼 최고경영자들도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중징계 배경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쪽은 우리금융이다. 지난달 임원후보 추천위원회에서 손 회장 연임을 일찌감치 확정하고 오는 3월 주주총회만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손 회장에 대한 징계는 우리은행에 대한 기관 제재가 금융위원회에서 의결되는 시점에 발효된다. 이것이 주총이 끝난 뒤라면 손 회장 연임은 이론적으로 지장이 없다. 하지만 주총 전 확정되면 금감원에 이의 신청, 법원에 효력 집행정지 가처분신청 등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금감원 "CEO가 DLF 판매 몰랐을리 없다"…우리·하나 '초비상'
하나금융 차기 회장 후보군도 요동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함 부회장이 중징계를 받은 것은 DLF 판매가 활발히 이뤄진 지난해 초 KEB하나은행장을 지냈기 때문이다. 지주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하나금융의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꼽혀 왔다. 3연임째인 김정태 회장 임기는 내년에 끝난다.

행정적 수단을 총동원해 제재에 불복하기도 부담스럽다. 금감원에 ‘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우리금융이 ‘필요 이상으로 일찍’ 손 회장 연임을 확정짓자 “제재수위를 낮추려는 꼼수”라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낸 바 있다. 하나금융도 김 회장의 3연임을 비롯해 여러 차례 금감원과 마찰을 빚은 전력이 있다.

두 은행에 기관 중징계도

금감원은 임원 제재와 별개로 우리·KEB하나은행에 업무 일부 정지 6개월과 과태료 부과를 의결했다.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의 문책경고는 금감원장 결재로 끝나지만 기관 중징계는 금융위원회 의결을 받아야 한다. 금융위가 금감원 건의를 받아들인다면 고위험상품 판매 등 일부 영업이 묶일 수 있다. 두 은행의 올해 실적이 영향을 받게 된다.

우리·하나금융은 이날 결과에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임현우/박신영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