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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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말한다. '검찰의 도가 지나쳐도 왜 평검사들은 가만히 있냐'고. 몰라서 하는 이야기다. 검찰의 배당, 인사, 징계 등 모든 시스템은 '절대복종 아니면 죽음'을 의미한다."

검찰 내 성추행 사건을 폭로했던 서지현 수원지검 성남지청 부부장검사가 조국 법무부 장관의 의혹에 평검사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는데 대해 "검찰 개혁을 외치는 임은정 부장님의 외침에 침묵한 채 일만하는 동료 검사들이 애절하다"고 밝히자 한 현직 검사가 "서지현 검사 글에 분노와 모욕감 느낀다"고 반박했다.

21일 서 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의 배당, 인사, 징계 등 모든 시스템은 '절대복종 아니면 죽음'을 의미한다"며 "조직 내에서 죽을 뿐 아니라, (검찰을) 나와도 변호사는 물론 정상 생활조차 불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 검사는 "이왕 목숨 내놓은 사람들이 더 크게 '제발 이런 검찰을 개혁하자'고 외치는 수밖에 없다"면서 "나는 목놓아 외치는 임 부장이, 침묵한 채 죽어라 일만 하는 동료 검사들이 너무나 애틋하고 애절하다"고 전했다.

이에 A 검사는 22일 "서 검사의 페이스북 글에 모욕감을 견딜수 없지만 침묵하는 건 그의 말에 동조하는 모양새가 될까 글을 남긴다"고 서울대 게시판 스누라이프에 자신의 입장을 적었다.

A 검사는 "(서 검사의 글은) 검찰조직에서 평검사들이 상관에게 절대복종하고 있으며 대다수의 평검사들이 법무부장관에 대한 수사를 부당하게 생각하면서도 불이익을 받을까봐 침묵한다는 취지인데 말도 안되는 현실왜곡이자 동료들에 대한 모욕이다"라면서 "저와 제 주변 수많은 동료들이 침묵하는 이유는 저런 비굴한 마음 때문이 아니다"라고 맞받았다.

그는 "평검사들이 지금 단체로 목소리를 낼 경우 검찰개혁에 반대하고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발악으로 비쳐져 오히려 정상적인 수사에 부담을 줄까 우려하기 때문이다"라면서 "법무부장관에 대한 의혹이 터져나왔을 때 검찰이 정치적인 고려로 수사를 망설일까 오히려 걱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입시비리야 그렇다쳐도 사모펀드, 웅동학원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검사라면 누구나 심상치 않은 사건이라는 점을 직감했을 것이다"라면서 "사건 특성상 신속한 증거확보 없이는 망할 수 밖에 없는 수사라는 것도 명약관화했다. 그렇지만 그야말로 살아있는 권력, 그것도 법무부 수장이 될 사람에 대한 수사이다보니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봤을 때 매우 놀랐고 보여주기식 수사가 아닐지 내심 의심하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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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검사는 "지금은 수많은 국민들과 같은 마음으로 검찰이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길 바라고 있다"면서 "서 검사가 '이례적인 수사'라 했는데 어떤 부분이 이례적이라는 것인지 늑장수사를 기대했는데 신속한 수사가 이뤄진게 이례적이라는 것인지 아니면 법무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고발건은 검찰이 수사를 아예 하지말고 덮어뒀어야 한다는 입장인지 그게 의아하다"고 반문했다.

A 검사는 "평검사들이 침묵하는 이유를 '상관에 대한 절대복종, 아니면 죽음'이라고 주장한 이유도 궁금하다"면서 "검사는 단독관청이고 법상 지위가 보장된다. 사건에 대한 결재 과정이 있지만 결재자가 근거없이 부당하게 주임검사의 수사에 개입하거나 의견을 묵살할 수 없다. 인사 징계에서도 검사는 적격심사에서 심각한 하자가 없으면 해임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는 평검사를 대표할 만한 사람은 아니지만 '침묵한 채 죽어라 일만 하는 동료검사들이 모두 너무나 애틋하고 애절하다'는 문장이 역겨워 참을 수 없다"면서 "근거없는 음모론이 검찰 내부의 일반적 여론인 것처럼 확산되는 일만큼은 없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글에 서울대생들은 "검사는 사회운동가도 논객도 정치인도 아니다. 검사가 모든 사회적 사안에 대해 개인의 의견을 표현하거나 논쟁을 스스로 만드는 것은 검사 스스로 자신의 결정의 권위를 깎아내리는 행위다", "진짜 본분에 충실한 사람들은 혼란한 시기에 일부러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자칫 오해를 부르고 소모적인 논쟁만 부른다", "시끄러운 전장 속에서 묵묵히 자기 일하는 법조인들에 대해 처음으로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의는 그대들 손에" 등의 소감을 남겼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