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공론화 절차까지 거치며 개편한 대학입시제도가 또다시 수술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대입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대입제도 전반을 재검토해달라”고 지난 1일 지시하면서다. 학교 현장은 대혼란에 빠졌다. 지금도 고등학교 1·2·3학년 대입제도가 모두 다른 상황에서 현재 중학교 2학년부터는 또 다른 대입제도를 맞이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공론화 과정을 거쳐 어렵게 ‘수능 위주 정시전형 비율 30% 이상 확대’라는 결론을 내렸던 교육부도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다.
정시전형 확대 속도 붙을 듯

교육부는 2일 실무회의를 열고 내부적으로 대입제도 개편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한상신 교육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의 동남아시아 순방을 수행 중인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귀국해 업무에 복귀하는 4일부터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당장 대입제도 개편에 나선다 하더라도 현재 중학교 2학년이 치를 2024학년도 대입부터 새로운 제도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등교육법상 시험의 기본방향 등을 담은 대입제도 개편방안은 4년 전 공표해야 하기 때문이다.

입시업계 관계자들은 교육부가 수능 위주 정시전형 확대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끊임없이 제기되던 학생부종합전형 공정성 논란이 조 후보자 딸 사태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다. 수험생들도 정시전형 확대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입시전문업체 진학사가 고등학교 3학년 학생 38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가장 공정한 평가 요소를 수능시험이라고 답한 비율이 43.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학생부 비교과(학생부종합전형)를 택한 응답자는 12.4%에 불과했다.

문재인 정부 공약과 반대로 가는 정책

학부모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정시 확대에 속도가 붙으면 수시전형을 주력으로 준비하던 학생들은 대입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매년 대입제도가 바뀌면서 재수를 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율형사립고 폐지 정책에 고입부터 고심이 커진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대입도 새롭게 준비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문재인 정부가 조 후보자 딸 사태를 계기로 교육정책의 궤도를 전격 수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현행 대입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교육부의 2019년 업무보고 때 “내신이나 학생부는 도대체 어떻게 평가되는지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공정성을 믿지 못한다”며 “수시도 워낙 전형 방법이 다양하다 보니 부모로서는 깜깜이”라고 지적했다. 교육계 관계자는 “정시전형 확대는 고교학점제와 수능 절대평가 도입과 배치되는 것”이라며 “대입 개편 방향이 문정부의 공약과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교육정책이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할 정도로 오락가락하는 이유로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꼽았다. 정책을 이끌어갈 교육부 장관의 임기가 짧아 정책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역대 교육부 장관의 평균 임기는 1년2개월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부임한 유 부총리 역시 내년 4월 총선 출마가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