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주말인 지난 3일(현지시간)과 4일 잇따라 대형 총기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골프클럽에서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20명의 사망자를 낸 3일 텍사스 엘패소 총기 참사 범인이 평소 히스패닉을 증오해온 것으로 밝혀지면서 정치권에선 ‘트럼프 대통령 책임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친 인종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으면서 ‘증오 범죄’를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4일 “텍사스 엘패소 총기 난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발언들을 떠올리게 했다”고 전했다. WP는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5월 플로리다주 패너마시티비치 유세 상황을 전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청중에게 “어떻게 하면 이민자들을 막을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한 청중이 “그들을 총으로 쏴라”고 외치자 수천 명의 청중이 환호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제지하기는커녕 미소를 짓고 농담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베토 오로크 전 하원의원은 이날 CNN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 인정한 인종주의자”라며 “이 나라에서 더 많은 인종주의를 부추기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모든 증거는 우리가 인종주의자이자 백인 민족주의에 호소하는 외국인 혐오 대통령을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가세했다.

'총기 참사' 책임론 불거진 트럼프…美 민주 "증오범죄 부추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인종차별 발언으로 논란이 됐다. 지난달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등 민주당 소속 유색인종 여성 하원의원 4명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막말 수준의 발언을 해 비판을 받았다. 또 민주당 흑인 중진인 일라이자 커밍스 하원의원을 공격하면서 “커밍스의 지역(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은 역겹고 쥐와 설치류가 들끓는 난장판”이라고 비난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국경지대에 밀려드는 중남미 이민자들을 향해 ‘침입’이라는 거친 용어도 서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핵심 지지 기반인 저소득 백인 유권자들을 결집시키기 위해 ‘반이민, 반인종’ 발언을 공격적으로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주말 행보도 도마에 올랐다. 정치 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두 건의 총기 참사가 발생한 주말에 뉴저지주의 골프클럽에 머물렀으며, 3일 이곳에서 열린 한 결혼식에 참석해 신부 옆에 서 있는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총기 구매자에 대한 더욱 강력한 신원 조회 방안과 이민 개혁 법안을 연계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텍사스주 엘패소와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 숨진 사람들을 헛되이 죽게 할 수는 없다”며 “공화당과 민주당은 함께 강력한 신원 조회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썼다. 이어 “이 법은 절실히 필요한 이민 개혁과 결합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 비극적인 두 사건에서 위대하지는 않더라도, 뭔가 좋은 것을 얻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랫동안 추진해온 이민 제도 강화 방안과 신원 조회 법안이 연계될 수 있다고 제안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