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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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들이 공인인증서를 버리고 환골탈태하고 있다. 과거에는 일정 금액 이상을 이체하면 보안매체 비밀번호를 필수로 입력해야 했지만 이제는 번거로운 과정이 생략하고 인터넷은행에 버금가는 편의성을 제공 중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들이 공인인증서로 인한 고객의 금융거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간편하고 편리한 비대면 거래를 이용할 수 있게 하면서 안정성과 보안성은 강화했다.

KB국민은행은 이달 자체 기술로 개발하고 발급하는 'KB모바일인증서'를 선보였다. 이전까지는 모바일 뱅킹으로 일정금액 이상 이체 시 보안매체(공인인증서, OTP 등) 비밀번호를 필수로 입력해야 했지만 KB모바일인증서를 이용하면 200만원 이하는 계좌비밀번호만으로 이체가 가능하다.

2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은 최대 5000만원까지 계좌비밀번호 및 간편비밀번호 6자리면 이용할 수 있다. 5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은 최대 5억원까지 계좌비밀번호 및 간편비밀번호 6자리와 ARS인증을 거치면 된다.

인증서의 유효기간이 없다는 것도 특징이다. 한번 발급받으면 인증서를 폐기하지 않는 한 계속 사용할 수 있다. 또 발급받은 인증서를 1년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자동 폐기돼 미사용 인증서에 대한 고객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

IBK기업은행은 올 5월 모바일 앱 '아이원뱅크(i-ONE뱅크)'를 개편하면서 공인인증서를 대체하는 자체 모바일인증서를 도입했다.

총 7단계를 거쳐야 했던 이체거래는 '로그인→이체금액→입금계좌번호→6자리 인증비밀번호' 등 4단계로 줄었다. 아이원뱅크를 통한 이체한도도 일회성비밀번호생성기(OTP)와 보안카드 없이 하루에 최대 5000만원까지로 확대됐다. 유효기간도 3년이다.

신한은행은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는 것은 물론 로그인을 안 해도 하루 100만원까지 이체가 가능하다. KEB하나은행은 300만원까지, 우리은행은 500만원 한도로 별도 인증수단 없이 이체할 수 있다.

시중은행들의 이같은 변화는 인터넷은행이 야기했다. 인터넷은행 출범 당시 선제적으로 금융거래 시 공인인증서 사용을 최소화하면서 고객들의 호응을 얻자 시중은행들도 탈(脫) 공인인증서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정부가 2015년 3월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을 폐지했지만 시중은행은 이후로도 공인인증서 사용을 고집했다. 개별 인증서를 쓰려면 자체 개발을 위해 많은 비용이 필요하고 보안에 문제가 생기면 은행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객 편의성을 제고하기 위한 은행의 노력은 결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모바일 앱 '위비뱅크'의 간편송금 개선작업(리뉴얼) 이후 거래량이 늘었을 뿐만 아니라 20~30대의 거래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우리은행은 거래 단계 축소(8→6단계), QR송금 등으로 간편송금 평균 이용시간을 29초에서 12초로 단축했고 그 결과 이용건수가 전년 동기에 비해 62% 증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의 비대면 금융거래 편의성에 대한 차이가 컸으나 최근에는 시중은행들이 서비스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격차를 줄이고 있다"며 "고객 편의성과 보안성을 모두 갖추기 위한 은행들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