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한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했다. 기업인 18명 가운데 5명이 식품 관련 기업의 대표였다. 손경식 CJ 회장, 허영인 SPC 회장, 박준 농심 부회장, 박인구 동원그룹 부회장 등이었다. 미국에 직접 투자했거나 진출한 회사를 대표해 이 자리에 참석했다. 내수시장에 머무르던 식품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식품산업이 K팝 K뷰티 등과 함께 중요한 한류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작년 담배를 제외한 식품 수출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기업들은 라면 음료 빵 김치 참치 만두 등을 앞세워 해외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라면·음료 앞세운 K푸드, 수출 신기록 꿈꾼다
동남아 넘어 미국·러시아로 발넓혀

지난해 담배를 제외한 식품 수출액은 48억5750만달러(약 5조7200억원)를 기록했다. 2017년에 비해 5.4% 늘었다. 10년 전(19억달러)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라면은 음료와 함께 음식 한류를 이끌고 있다. 농심 신라면은 100여 개국에서 팔리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은 물론 스위스 알프스 융프라우와 남미 칠레에서 신라면을 먹을 수 있다. 지난해 농심의 해외 매출 비중은 전체의 37.9%에 달했다. 증권사들은 농심의 해외 매출이 올해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 팔도의 도시락은 러시아, 삼양 불닭볶음면은 동남아시아와 미국에서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음료는 단일 품목으로는 라면보다 더 많이 수출했다. 작년 수출액은 4억1800만달러에 달했다. 미국에서는 알로에 등 건강음료가, 캄보디아 베트남 등에서는 박카스 등 다양한 국산 음료가 매대를 채우고 있다. 해외시장 스테디셀러도 있다. 오뚜기 마요네즈는 1996년 러시아 시장에 진출한 이후 블라디보스토크 등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연간 러시아 수출액은 현재 국내 판매액의 절반 수준인 400억원에 이른다.

현지화 전략의 성과

한국산 가공식품이 세계 곳곳에서 팔리게 된 것은 현지 취향에 맞는 맛을 발굴한 덕분이다.

빙그레 ‘메로나’는 미국 캐나다에서 인기다. 이 지역에서 팔리는 국내 아이스크림 가운데 70%가 메로나다. 국내에서는 멜론 맛만 내놨지만 해외에는 딸기·바나나·망고·황도·코코넛 맛 등 현지에서 인기 있는 과일 맛으로 다양하게 제품을 내놨다.

롯데칠성음료의 ‘밀키스’는 러시아 중국 홍콩 등 해외에서 사과·복숭아·포도 등 국내엔 없는 맛을 내놨다. 오리온은 진한 맛을 선호하는 취향을 고려해 베트남 시장 전용 상품인 ‘초코파이 다크’를 개발해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진출

해외 진출도 활발해 지고있다. 풀무원은 지난달 김치 제조사 중 처음 미국 월마트 3900개 전 매장에 김치 제품을 입점시키는 데 성공했다.

SPC그룹은 파리바게뜨로 활발히 미국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2005년 1호점인 로스앤젤레스(LA)점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78개 매장을 열었다. 2030년까지 점포 수를 2000개로 늘릴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인수한 미국 냉동식품 기업 슈완스에 기대를 걸고있다. 슈완스가 갖고 있는 미국 내 3만여 개에 달하는 판매망을 통해 만두 등 비비고 제품과 햇반 등 가정간편식을 판매해 미국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