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코스트코에서 미국 소비자들이 신라면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농심]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코스트코에서 미국 소비자들이 신라면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농심]
7월 들어 화장품을 비롯한 주요 소비재의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라면 수출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부터 해외에서 지속된 이른바 'K-라면'의 돌풍이 하반기부터 더욱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유진투자증권이 TRASS(한국무역통계진흥원 무역통계서비스) 수출 데이터를 바탕으로 월환산한 7월(1~10일) 전체화장품 수출액 추이는 3억5977만달러(약 4239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1.5% 감소했다. 궐련담배 수출액은 3360만달러(약 396억원)로 25.9% 줄었다. 같은 기간 조제분유와 라이신 역시 각각 299만달러(약 35억원)와 356만달러(약 41억원)의 수출액을 기록해 각각 59%, 75.6% 감소했다.

눈에 띄는 것은 라면이다. 이 기간 라면 수출액 추이는 3499만달러(약 412억원)로 18.1%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7월 초 수출 동향은 하반기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풍향계가 된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는 평가다.

이선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라면 수출은 기저 부담이 낮아지면서 일본(16.5% 감소)을 제외한 중국(29.8% 증가), 미국(69.3% 증가)으로의 수출이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다"며 "특히 월 초 대비 중순 이후의 수출이 증가하는 라면 품목 특성상 오는 21일 이후 월환산 수출액 증가세는 지금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 같은 결과는 올해 초 국내 라면 시장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자 라면업계가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린 것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농심이 올해 2월 야심 차게 출시한 '신라면건면'은 출시 두 달 만에 시장 10위권에 진입하면서 소비자 입맛을 붙잡는데 성공했다. 해외에서의 반응도 좋아 현재 가동 중인 녹산공장 6개, 구미공장 1개인 건면 라인을 연말까지 2개 더 추가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장지혜 흥국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녹산공장 가동률은 28.5%로 전년 20.6% 대비 8% 가까이 늘었다. 구미공장 가동률도 지난해 1분기 64.9%에서 올해 66.9%로 2% 증가했다. 연말까지 생산라인이 모두 증설되면 농심은 하루 최대 200만개의 건면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해외에서 증가하는 수요를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남아 지역에서 열린 오뚜기 치즈라면 시식행사 [사진=오뚜기]
동남아 지역에서 열린 오뚜기 치즈라면 시식행사 [사진=오뚜기]
국내 시장에서 농심과의 점유율 격차를 좁히는데 성공한 오뚜기도 해외 시장 공략으로 수익성 강화에 속도를 높인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오뚜기는 지난해 라면시장 점유율을 최고치로 갱신했기 때문에 현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해외 시장에서의 수익성 개선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 연구원은 "올해 1~5월 오뚜기의 미국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으며 중국은 9%, 대만·홍콩 은 13%, 필리핀·베트남은 15% 등 고르게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앞으로의 수출 전망도 밝다"고 덧붙였다

해외 시장에서 삼양식품의 약진도 눈에 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의하면 삼양식품의 1분기 내수 매출은 574억3600만원으로 전년동기인 745억700만원보다 줄었지만 수출은 510억3600만원으로 같은 기간 450억1700만원보다 증가했다.

특히 지난 2012년 4월 출시 이후 대형 브랜드로 성장한 불닭 시리즈가 삼양식품의 수출을 이끌고 있다. 출시 직후 일본, 독일, 뉴질랜드 등 3개국으로 처음 수출된 불닭 브랜드는 2016년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에서 매운맛에 도전하는 'Fire noodle challenge'가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매운맛 라면'으로 입지를 굳혔다. 2017년부터 내수 판매를 넘어선 불닭 브랜드는 현재 76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그 결과 불닭 브랜드가 지난해 올린 매출 2825억원 중 수출액은 1730억원에 달했다. 올해 수출액은 상반기 1000억원을 넘어섰다.

삼양식품은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의 확대를 위해 지난 1월 닝씽 유베이 국제무역 유한공사와 현지 총판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난달 말에는 태국의 시노 퍼시픽과와 현지 판매에 관한 계약을 맺었다.

또한 또 전 세계 무슬림 인구의 60% 이상이 사는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2014년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 할랄 인증, 2017년 인도네시아 무이(MUI) 인증을 받은 후 지난해부터 할랄 식품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하반기 라면 수출 전망을 밝게 하는 결정적 요소는 미국 시장에서의 라면 담합소송이 종결됐다는 점이다. 2013년 7월 미국의 '더 플라자 컴퍼니(The Plaza Company)'와 미국 내 소비자들은 농심 아메리카와 오뚜기 아메리카에 라면 가격 담합과 관련한 '손해배상 및 행위금지명령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약 6년 동안 소송이 이어져 오다, 2019년 1월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북부지방법원이 "라면가격과 관련한 두 업체의 담합은 없었다"며 농심과 오뚜기의 손을 들어줬다. 또한 올해 4월 23일 원고들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두 업체의 하반기 전망을 밝게 했다.

재판 결과로 농심과 오뚜기가 라면 가격 담합 의혹을 털어낸 것은 물론, 최대 8억달러(약 9436억원)에 달하는 배상 부담 위기도 떨쳐냈다.

이에 따라 농심은 LA공장에 이어 미국 2공장 설립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공장이 완공되면 농심의 미국사업이 더욱 탄탄해질 전망이다. 소송 부담을 덜어낸 오뚜기 역시 지난해 가장 많은 라면을 수출한 미국과 함께 한류 붐이 불고 있는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로의 수출 비중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