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 걸려 5만원권 제조…10년간 '완벽 검수'
5만원권이 오는 23일로 발행 10주년을 맞는다. 발행 초기엔 “지하경제를 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10년 새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었다. 시중에 풀린 5만원권은 19억7000만 장, 금액으로 환산하면 98조3000억원에 이른다.

한국조폐공사는 5만원권 발행 10년을 맞아 지난 18일 경북 경산시 화폐본부의 화폐 제작 공정을 언론에 공개했다. 축구장만 한 이 공장에서 하루종일 찍어내는 5만원권은 10만 장 안팎에 달한다. ‘대세 화폐’답게 전 종의 지폐 중 가장 많다. 공정의 정확도를 위해선 온도와 조도가 중요하다. 공장 안은 사시사철 ‘23도±3도’를 유지하고 2000여 개의 백색 형광등이 구석구석까지 빛을 뿜어낸다. 온종일 울리는 기계 소음에 대다수 조폐공사 직원이 귀마개를 끼고 작업한다.

공장에 자리 잡은 기계 수십여 대는 부여 제지공장에서 공수한 흰 종이를 5만원권으로 탈바꿈시킨다. 이 종이 한 장에 5만원권 지폐 28개가 인쇄된다. 지문과 금액, 위조를 방지하기 위해 홀로그램을 부착하는 등 8단계 제조공정을 거친다. 공정을 마친 지폐는 40일 남짓 잉크를 말린 뒤 시중에 풀린다. 박상현 한국조폐공사 인쇄관리과 차장은 “한국은행이 요구하는 품질 기준이 까다로운 만큼 이를 충족하기 위해 인쇄 기술을 꾸준히 높여왔다”고 말했다.

이 공장은 최근 10년 동안 5만원권 185조9392억원어치, 37억1878만 장을 찍어냈다. 한 줄로 늘어놓으면 지구 130바퀴를 돌 수 있는 거리다. 지난해 한국은행 경제주체별 현금사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민은 거래용 현금의 43.5%, 예비용 현금의 79.4%를 5만원권으로 보유했다. 한은은 5만원권의 등장으로 연간 1000억원가량의 사회적 비용을 줄였다고 평가했다.

경산=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