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 사진=연합뉴스
르노삼성 / 사진=연합뉴스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이 5일 무기한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회사에 ‘심각한 타격’을 주겠다며 전면전에 나선 것이지만, 정작 조합원 절반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강경 투쟁을 고집하는 노조 집행부와 무리한 파업을 거부하는 일반 조합원 사이에 ‘노노 갈등’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르노삼성 노조 집행부는 이날 오후 5시45분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집행부는 “회사의 이미지 개선과 고용 안정 등을 위해 노사 상생 선언문까지 만들자고 제안했지만 사측이 이를 외면했다”며 “별도 지침이 있을 때까지 무기한 파업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르노삼성 노조는 1995년 전신인 삼성자동차가 설립된 이후 한 번도 전면 파업을 한 적이 없다.

르노삼성 노조가 전면 파업을 벌인 것은 2018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때문이다. 노사는 지난해 6월부터 협상을 시작했다. 노조는 같은해 10월부터 약 7개월간 250시간(62차례) 부분 파업을 벌였다. 르노삼성 노조가 파업을 한 건 4년 만이다. 사측은 “지금까지 노조의 부분 파업으로 1만4320대, 2806억원 규모의 생산 손실을 봤다”고 추산했다. 이날 노조가 무기한 전면 파업에 나서면서 생산 차질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집행부, 조합원 지지 못 얻어"…르노삼성 공장은 계속 가동

르노삼성 전면파업…노조원 절반만 참여
르노삼성자동차 노사는 지난달 16일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같은 달 21일 치러진 조합원 찬반투표의 벽을 넘지 못했다. 투표자 2141명(투표율 96.5%) 중 1109명(51.8%)이 반대표를 던졌다. 노사는 이달 3일부터 2차 합의안을 작성하기 위해 실무교섭을 시작했지만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결국 노조 집행부는 5일부터 전면 파업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조합원 다수는 집행부와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야간조 파업에는 절반가량의 조합원만 참여했다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회사 측은 생산라인을 계속 가동했다. 생산하는 속도가 다소 느려졌지만 노조의 전면 파업에도 공장은 멈추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 집행부가 전면 파업을 하기로 결정했는데 공장이 계속 돌아가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며 “전면 파업 첫날부터 참여율이 절반 수준에 그친 건 그만큼 집행부가 지지를 못 받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르노삼성이 앞으로 ‘생산절벽’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올 1~5월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생산량은 6만8160대로 전년 동기(10만5064대) 대비 35.1% 줄었다. 노조의 파업으로 생산일수가 줄어든 데다 내수시장에서도 부진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산공장에 수출용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의 생산을 맡긴 일본 닛산은 위탁 물량을 연 10만 대에서 6만 대로 줄이겠다고 통보했다. 노조의 반복된 파업으로 연 10만 대 생산을 맡기기 불안하다는 이유에서다.

더 큰 문제는 로그 생산 계약이 끝나는 오는 9월 이후다. 르노 본사는 노사 임단협이 마무리된 뒤에야 후속 수출 물량에 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부산공장에 배정될 예정이던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XM3도 르노 스페인 공장으로 넘어갈 위기다. 노조가 전면 파업을 벌이면서 수출 물량을 아예 배정받지 못할지 모른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부산공장 생산량은 연 20만 대에서 10만 대 수준으로 떨어진다. 생산인력도 절반 가까이 줄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얘기다. 르노삼성 노조 집행부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가입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도병욱/장창민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