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中企 전업종 설비투자↓
외국인 직접투자도 감소 본격화
28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올해 기업의 국내 설비투자 규모는 지난해보다 11조5000억원 줄어든 170조원에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 관련 통계 기준이 바뀐 201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반도체(-3.1%) 자동차(-11.5%) 식료품(-27.2%) 석유정제(-32.8%) 기계장비(-20.0%) 등 모든 제조업종의 투자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0.9%)보다 중견기업(-31.3%)과 중소기업(-24.6%)의 감소폭이 훨씬 더 컸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 동남아시아 동유럽은 물론 미국 등 선진국도 법인세 감면과 토지 무상 제공,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로 유혹하는데 굳이 한국 생산을 고집할 기업이 어디 있겠느냐”며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여파로 국내 생산에 부담을 느낀 중견·중소기업도 ‘코리아 엑소더스’에 합류한 모양새”라고 말했다.
설비투자 감소 움직임은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의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한 작년 2분기부터 본격화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설비투자는 지난해 2분기 7.6%, 3분기 7.7% 감소했다가 4분기에는 0%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친기업 정책을 펼쳤더라면 설비투자가 이렇게 줄어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 “하반기 회복된다”지만…
한국은행은 올 상반기 설비투자가 5.3% 줄겠지만 하반기에는 6.4%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 반응은 회의적이다. 한은은 지난 1월에도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을 2.0%로 전망했다가 불과 석 달 만인 지난 24일 0.4%로 낮췄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한껏 위축된 한국 기업들이 투자를 내년으로 미루면 한은이 기대하는 0.4% 달성도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도 “설비투자가 줄어들면 4~5년간 잠재성장률도 함께 떨어진다”고 우려했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는 것도 걱정거리다. 지난 1분기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전년 동기 대비 35.7% 감소한 31억7000만달러였다. 2012년 1분기(23억5000만달러) 후 7년 만의 최저치다. 지난해 3분기(-13.6%)부터 세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정부와 정치권이 합심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규제 완화와 법인세율 인하 없이는 탈한국 현상을 막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은 수요 부문을 늘려 성장한다는 정책인데 공급 부문에서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고 비판했다.
성수영/서민준/구은서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