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해 일자리안정자금을 처음 지급하면서 올해부터는 일하는 저소득층에 지원하는 근로장려금(EITC)을 확대하는 등 간접 지원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3조원에 달하는 일자리안정자금을 그대로 둔 채 근로장려금 요건은 완화하고 지급액을 늘렸다. 기존 방식은 그대로 두고 새로운 혜택을 추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원 대상은 중산층 수준까지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소득 상위 20~30%도 근로장려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보고 있다.

저소득층 위한 근로장려금, 소득상위 20~30% 중산층도 받는다
근로장려금은 저소득층 근로를 장려하고, 소득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다. 지난해까지 가구유형별 연소득 1300만~2500만원 미만 가구에 최대 85만~250만원을 지급했다. 166만 가구에 총 1조2000억원가량이 지원됐다.

정부는 올해 근로장려금 소득 요건을 낮추고, 지급액은 늘렸다. 연소득 요건은 가구유형별 2000만~3600만원 미만으로 대폭 완화했다. 최대 지급액은 150만~300만원으로 인상했다. 334만 가구에 총 3조8000억원가량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근로장려금을 너무 크게 확대하다 보니 ‘세수 펑크’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회 예산정책처 연구용역으로 지난해 말 작성한 보고서에서 “정부가 근로장려금 소득 요건을 지나치게 낮췄다”고 지적했다. 이번 제도 개편에 따라 가구유형별 소득 상한(2000만~3600만원)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54.0~97.2%에 달하게 됐다는 것이다. 미국은 소득 상한이 1인당 GDP의 24.2~86.8% 수준이다.

소득 요건이 급격하게 완화되면서 소득 8분위(상위 20~30%) 중산층도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근로장려금 혜택도 저소득층보다 중산층에 더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개편에 따라 소득 1분위(하위 10%) 중 근로장려금 지급 가구는 1.32배, 지급액은 2.44배 늘어나는 반면 소득 6분위(상위 40~50%)는 지급 가구가 2.42배, 지급액은 3.14배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김 교수는 “근로장려금 수혜 대상이 대폭 증가해 세수가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장기적으로 세수 부족을 감당할 수 있을지를 검토하고 세수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