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적인 목적이 없더라도 마음대로 콘텐츠를 재배포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유럽연합(EU)의 저작권법이 13일(현지시간) EU 회원국과 유럽의회, 집행위원회까지 협의 과정을 통과했다. 오는 3~4월 유럽의회에서 최종 표결에 부쳐진다. 시행되면 콘텐츠 대부분이 사용자끼리 공유하는 글 영상 등으로 이뤄진 유튜브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들은 타격을 받는다.

EU의 새 저작권법은 구글 등 정보기술(IT) 플랫폼 사업자들을 견제하기 위한 법안이다. 논란이 일어나는 부분은 ‘각 웹사이트에 올라오는 글과 음원, 이미지, 코드 등은 저작권 인식 기술(업로드 필터)을 통해 검열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13항이다. 상업 용도냐 아니냐에 상관없이 저작권이 걸린 콘텐츠를 사용하거나 재배포하는 걸 사실상 금지한 것이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의 플랫폼 업체는 저작권이 있는 콘텐츠가 무단으로 유통되는 것을 차단하는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갖춰야 한다. 다만 설립 3년 미만이거나 매출 1000만유로(127억원) 미만 소규모 업체는 예외로 인정된다. 위키피디아 같은 비영리 온라인 백과사전은 연구·교육 목적으로 데이터를 사용할 경우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뉴스 콘텐츠를 노출하면 해당 제작사(언론사)에 비용을 지급하도록 하는 ‘링크세(link tax)’를 담은 11항도 논란이 많았다.

EU의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이 크게 강화된 데 이어 링크세와 업로드 필터 조건까지 그대로 시행될 경우 IT 업계는 적잖은 혼란을 겪을 우려가 있다. 구글 등이 가입한 이익단체인 미국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는 “(EU의 새 저작권법은) 인터넷의 혁신을 위협할 뿐 아니라 자유를 제한하고 중견기업을 어려움에 빠지게 할 수 있다”는 성명서를 냈다. 콘텐츠의 자유로운 공유를 옹호하는 EU해적당도 “업로드 필터가 합법적인 패러디와 저작권 침해를 구분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출판·언론업계에선 작가와 예술가, 언론인 등에 대한 보상이 강화될 것이라며 개정안을 환영했다.

유럽의회에서 최종 표결에 부쳐지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독일 네덜란드 등 상당수 EU 회원국은 작년 법안 상정 당시에는 반대했으나 논의가 진전되면서 지금은 대부분 찬성으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IT 전문매체 더버지는 “5월 유럽의회 선거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