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中企 'R&D 지원사업 일몰'을 우려한다
4차 산업혁명은 진행형 아이콘이다. 과거의 모든 혁명은 파괴적 혁신을 촉발했고 4차 산업혁명 또한 더 빠르고 충격적인 파괴적 혁신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파괴적 혁신을 촉발하는 매개가 되는 현상이나 기술을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라 부른다. 이런 티핑 포인트들은 어느 틈엔가 기존 가치를 파괴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며 폭발적으로 확대돼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즉, 경기규칙을 바꾸는 자로 급부상한다.

4차 산업혁명 또한 티핑 포인트로 작동할 시점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지난 8~11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들이 초기 연구개발(R&D) 단계를 지나 글로벌 기업들과 제품에 본격 적용되기 시작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제는 우리나라 산업체의 99%를 차지하고 고용의 88%를 책임지는 중소기업들이 이런 충격과 파괴적 혁신을 감당할 수 있는가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국가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도전 정신과 열정만으로 4차 산업혁명의 파괴적 혁신 물결을 맞는다면 우리 중소기업은 가혹한 시련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기회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자본과 인적자원이 열악한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에는 대학, 연구기관 등의 외부 역량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를 촉진하기 위해 정부는 중소벤처기업부를 중심으로 중소기업과 대학·연구기관 간 협력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의 중소기업 지원자금과 부처별 중소기업 혁신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대통령 직속 독립기관인 중소기업청(SBA)을 1950년대부터 설치·운영하고 있다. 또 SBA에서 수립한 정책을 기반으로 중소기업의 산·학·연 협력을 지원하는 기술이전 공동개발 과제(STTR)는 1994년부터 지금까지 큰 틀의 변화 없이 대표적인 중소기업 지원사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십수 년간 지속해온 산·학·연 협력기술 개발사업을 포함한 중소벤처기업부의 ‘R&D 지원사업 일몰’을 적용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중소벤처기업부가 시행해 온 전체 R&D 지원사업이 2020년까지 모두 폐지될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제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관련 산·학·연 연구자들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새롭게 기획하고 있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R&D 지원사업을 촉박하게 준비해야 하는 불확실하면서도 무거운 현실에 직면하게 됐다.

정부의 올바른 정책 변화는 산업 내 새로운 가치의 이동을 촉발함으로써 파괴적 혁신의 흐름을 타고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정책은 중소기업에 혼란을 주고, 급변하는 시장과 기술추세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놓쳐 글로벌 시장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게 하는 큰 실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변화와 사업의 연속성 간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우리 중소기업이 4차 산업혁명의 메가트렌드를 정확히 파악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일자리 창출과 성장을 통해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 지원 체제를 견고히 해야 할 때다. 이를 위해 정부는 중소벤처기업부를 중심으로 중소기업, 대학, 연구기관 등 산·학·연 주체들이 능동적으로 개방적인 혁신역량을 가지고 추진할 수 있도록 강력하고도 체계적인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메가트렌드와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정부 지원체제, 그리고 중소기업이 함께 공진(共振)할 때 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기회의 아이콘으로 우리 중소기업에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