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주류가 베트남 하노이에 한국식 포차인 ‘K-pub 처음처럼’을 열었다. 지난해 10월 하이트진로가 하노이에 오픈한 ‘진로포차’에 이어 국내 소주회사의 2호 포차다. 관광객들이 ‘K-pub 처음처럼’ 앞에서 처음처럼과 순하리를 시음하고 있다.   /롯데주류 제공
롯데주류가 베트남 하노이에 한국식 포차인 ‘K-pub 처음처럼’을 열었다. 지난해 10월 하이트진로가 하노이에 오픈한 ‘진로포차’에 이어 국내 소주회사의 2호 포차다. 관광객들이 ‘K-pub 처음처럼’ 앞에서 처음처럼과 순하리를 시음하고 있다. /롯데주류 제공
국내 유통·식품 기업들의 베트남 투자가 다각화하고 있다. 홈쇼핑업체가 현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투자하는가 하면 주류업체는 포장마차와 같은 점포를 열어 운영하기도 한다. 베트남 정부의 스타트업 육성 정책과 1억 명에 육박하는 내수 시장 급팽창이 한국 기업들에 새로운 투자 기회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타트업에도 투자

'인구 1억 베트남'에 벤처투자·K펍 여는 기업들
GS홈쇼핑은 베트남의 e커머스(전자상거래) 스타트업인 ‘르플레어(Leflair)’에 지난달 300만달러(약 34억원)를 투자했다고 8일 발표했다. GS홈쇼핑이 베트남 스타트업 지분을 산 건 이번이 처음이다. 르플레어는 나이키 게스 시세이도 라코스테 쿠쿠 필립스 등의 브랜드 제품을 수입해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e커머스 분야 스타트업이다. 현지에선 ‘시간제 딜’과 ‘정품 보장’ 등을 통해 성장잠재력이 큰 회사로 평가받는다.

GS홈쇼핑은 르플레어 지분 인수를 계기로 아예 베트남 스타트업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3월부터 운용을 시작하는 글로벌 벤처캐피털(VC)이 조성한 1400만달러(약 158억원) 규모의 ‘500스타트업 베트남 펀드’에도 투자했다. GS홈쇼핑 관계자는 “이 펀드를 통해 e커머스나 인공지능(AI), 블록체인, 인플루언서 마케팅 등과 관련된 회사 30여 개를 발굴해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주류는 이날 베트남 하노이의 관광 명소인 호안끼엠에 과거 한국의 소주방과 비슷한 ‘K-pub 처음처럼’을 열었다고 밝혔다. 60㎡ 공간에 50석 규모의 가게로 불고기 떡볶이 등 한국의 안주류와 자사 소주인 ‘처음처럼’을 판매한다. 앞서 소주 1위 업체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10월 하노이 끄어박 거리에 한국식 실내포차인 ‘진로포차’를 개점했다. 주류업체들의 잇따른 점포 출점은 베트남 시장에서 한국 소주의 인기를 반영한다. 지난해 한국 소주의 베트남 수출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내 기업 간 경쟁도

국내 유통·식품 기업들의 ‘베트남 러시’는 최근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이미 현지 식품회사와 냉동식품회사 수산가공회사를 인수해 가동 중이다. 올해 5월께 700억원을 들여 짓고 있는 호찌민 인근 식품공장도 완공된다. 김치, 가정간편식(HMR), 수산가공 및 육가공 제품 등을 통합 생산할 예정이다.

롯데면세점은 베트남 면세점 두 곳을 운영 중이다. 2017년 운영권을 획득한 다낭과 나트랑 면세점의 올해 목표 매출은 1170억원으로 롯데면세점 해외 매출의 20%에 해당할 정도로 성장했다. CJ ENM은 지난해 7월 아시아 최대의 콘텐츠 제작센터 ‘DADA스튜디오 베트남’을 설립해 현지 홈쇼핑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베트남 시장의 매력은 성장성이다. 인구 1억 명의 거대한 시장인데도 평균 연령은 27세로 한국(41세)보다 훨씬 젊다. 10년간 매년 7% 안팎의 경제성장률을 지속하고 있어 잠재력도 크다.

한 식품회사 해외사업부 관계자는 “중국은 정부 관련 리스크가 크고, 태국은 일본 회사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보니 한국 기업들은 베트남을 선호하는 편”이라며 “삼성전자, LG전자 등 글로벌 기업들의 성공과 한류 붐, ‘박항서 효과’ 등으로 한국 이미지도 좋다”고 전했다.

베트남에서 국내 기업 간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대형마트 중에서는 롯데마트와 이마트, 베이커리 업체는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가 경쟁한다. BBQ와 굽네치킨,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도 ‘코리안 치킨’과 ‘코리안 소주’를 확산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KOTRA 호찌민무역관은 “다국적 기업들의 진출이 늘면서 베트남 내 경쟁도 과열되고 있다”며 “국내뿐 아니라 외국계 소비기업의 지속적인 진출이 예상돼 국내 기업들은 이런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