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경제시기에 주로 건설됐던 일본의 수도권 신도시들이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도쿄 인근에 베드타운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신도시가 조성되던 시기에 입주했던 거주민들이 일제히 고령화되면서 신도시 평균연령 상승세가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돈다는 분석입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도쿄 인근 가나가와현, 지바현, 사이타마현 등에 자리한 18개 신도시의 고령화율(65세 이상 주민 비율)을 10년 전과 비교한 결과, 신도시의 고령화 속도가 일본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에 아직까지는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 비중이 높은 수도권인 까닭에 고령화율 절대 수치는 지방에 비해 낮은 곳도 많지만 2025년이 되면 전체 신도시의 절반 이상이 전국 평균 기준으로도 ‘늙은 도시’가 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일본의 전국평균 고령화율은 2005년 20.2%에서 2015년 26.6%로 1.32배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수도권 신도시들은 같은 기간 고령화율이 1.33~2.34배 상승하면서 전국 평균을 모두 웃돌았습니다. 고령화 속도가 전국 평균의 2배에 달하는 곳도 있는 셈입니다.

문제는 앞으로 수도권 신도시의 고령화율이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입니다. 수도권 신도시가 조성될 때 사회생활을 하던 직장인이 거주민의 주력을 이뤘던 만큼, 주민들이 4~5년의 짧은 기간 내에 일제히 65세 이상으로 집단 고령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수도권 신도시들은 1960~1980년대에 대규모 주택단지가 건설되면서 인구가 유입됐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실제 지바현 게미가와가이힌뉴타운의 경우, 2015년 현재 고령화율이 31.8%인데 2025년이 되면 36.6%가 될 전망입니다. 도케미나미신도시도 고령화율이 2015년 19.2%에서 2025년 37.3%로 껑충 뛸 것으로 점쳐졌습니다. 쇼난라이프타운, 이나게가이힌, 고쿠분지다이 등의 신도시도 조만간 고령화율이 30%를 훌쩍 웃돌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고령화에 못지않게 우려되는 점은 신도시 주민들의 소득저하 입니다. 앞서 니혼게이자이신문 분석에 따르면 일본 총무성이 작성한 ‘시정촌 과세상황 등의 조사’를 분석한 결과, 2011~2016년 기간 동안 수도권 외곽지역 주민들의 소득이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베이비 붐’ 세대가 연금생활에 들어서면서 도쿄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신도시 거주민들의 소득이 급격히 낮아진 것입니다.

수도권 신도시가 일제히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자 일본 정부의 고심도 커졌습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빠른 고령화로 신도시 지역 커뮤니티의 기능이 저하될 가능성이 크다”며 도시재생 방법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일본 정부가 수도권 주변지역 거주 인구의 고령화·인구감소·소득 감소라는 3중고에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결과가 주목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