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당 병상수 OECD 두 배
100~200병상 중소병원만 난립
제때 치료 못받는 환자 늘어
'병상 불균형' 사망자 年 5599명
응급의료센터 없는 곳도 6개 지역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전국 56개 권역별 의료자원 공급과 의료이용, 건강결과 등을 분석한 건강보험 의료이용지도 구축연구 중간결과를 31일 발표했다. 2011~2016년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것이다. 의료이용지도 최종본은 내년 초 공개한다.
요양병원 정신병원 등을 제외한 국내 입원 병상은 2016년 기준 인구 1000명당 6.2개로 OECD 평균(3.3개)의 1.9배다. 그러나 이들의 69%가 300병상 미만 중소병원에 쏠려 있다. 300병상 넘는 의료기관 비중이 50% 이상인 OECD 평균에 못 미친다. 이번 연구에서 이 같은 독특한 병상 구조가 과잉의료 등을 양산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연구를 진행한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급성기 병상이 인구 1000명당 1병상 증가할 때마다 입원은 1000명당 19건 증가하고 재입원은 7% 증가했다”며 “300병상 넘는 종합병원의 경우 1000명당 1병상 증가하면 사망과 재입원율은 각각 9%, 7% 줄었다”고 했다. 300병상 규모 종합병원의 분포가 의료 질과 효율성을 높이는 바로미터라는 의미다.
◆살 수 있었던 사망자 많은 이천·속초·당진
300병상 넘는 종합병원이 두 개 이상인 지역은 사망자가 25%, 재입원 환자가 24% 적었다. 그러나 고성, 영월, 진천, 거제, 사천, 김천, 서산, 당진, 속초, 시흥, 이천 등 11개 권역엔 300병상 넘는 종합병원이 없었다. 김 교수는 “의료취약지역이라고 하면 대부분 격오지를 떠올리지만 경기 시흥, 성남, 평택, 이천 등 수도권 지역도 300병상 넘는 종합병원이 부족했다”고 했다.
이들 지역 주민은 다른 지역 주민보다 입원의료 환경이 취약했다. 사망이 예상되는 중증질환자에 비해 실제 사망자(사망비)가 많았다. 의료 서비스를 제대로 받았다면 살 가능성이 높은 환자가 많이 사망했다는 의미다. 이천 속초 당진 순으로 사망비가 높았다. 이천은 전국 평균보다 이 같은 사망 위험이 70%나 높았다. 사망비가 낮은 강릉 군포 익산 등은 모두 300병상 넘는 의료기관이 있는 지역이다.
이 같은 병상 불균형 등으로 사망한 사람은 한 해 5599명으로 추정된다. 고혈압성 질환 사망자와 비슷하다. 경기가 1112명으로 가장 많고 강원(747명), 대구(741명)가 뒤를 이었다. 입원하지 않아도 될 환자가 재입원한 수는 한 해 2만8562건에 이른다. 국내에서 인구 1000명당 입원 환자가 가장 많은 곳은 목포(377건)로, 가장 적은 서울(155건)의 2.4배였다.
◆응급의료센터 불균형에 3000여 명 사망
응급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응급의료기관도 제대로 분포되지 않았다. 56개 진료권 중 지역응급의료센터가 전혀 없는 곳은 6곳이나 됐다. 오산, 시흥, 진천, 사천, 거제, 고성 등이다.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 비해 지역응급의료센터가 많았지만 쏠림이 심했다.
동해권역은 중증응급환자가 지역응급의료센터까지 이동하는 데 107.8분 걸렸다. 가장 적은 시간이 걸린 부천(11.5분)의 9.3배였다. 응급의료기관이 제대로 분포하지 않아 사망하는 환자는 한 해 2985명에 달했다.
김 교수는 “규모가 큰 권역응급센터를 현재의 36개에서 70개 수준으로 늘려 대부분 지역의 환자가 1시간 이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