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의 역사는 비즈니스 모델 進化史
그 모든 건 새로운 가치와 행복 위한 것
이경전 < 경희대 교수·경영학 >
음악은 시작일 뿐이다. 각종 정보, 콘텐츠, 제품, 장소, 행동 등의 상황 정보가 QR코드, 딥러닝 같은 광학 인공지능 기술, 근접무선통신(NFC) 태그, 스마트 비컨과 버튼 기술 그리고 이를 자동 충전하는 기술 등과 결합돼 사용자의 스마트 기기를 통과할 것이다. 이것이 생산자와 유통자, 소비자에게 공유되면서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국내 L가전회사는 스마트 TV, 로봇 청소기, 광파오븐, 세탁기, 의류관리기, 공기청정기 같은 자사 제품에서 발생하는 각종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개발한 사용자 중심 서비스를 여러 파트너 기업에 제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 가전제조기업이 미디어기업으로 확장하면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 있고 수많은 다른 기업과 협업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생명의 역사가 진화의 역사이듯 사업의 역사도 비즈니스 모델 진화의 역사라 할 수 있다. 할아버지 세대에는 소비자가 동네 구둣방을 방문해 사이즈를 재고 주문했다. 구두가 완성되면 소비자가 구두를 찾으러 가야 했다. 아버지 세대에 구두는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것이었다. TV 광고를 통해 상품이 알려지면 소비자는 오프라인 상점에서 기성화를 구매했다. 손자 세대에서는 소비자가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를 통해 구두회사에 연락하면 구두회사 직원이 집으로 찾아와 발 크기를 잰다. 그렇게 완성된 맞춤 신발은 며칠 뒤 택배로 배송된다. 한국의 M사가 그런 식으로 한다.
할아버지 세대의 동네 구둣방을 아버지가 대량 생산체제로 성장시켜 E사를 만들었다면 손자는 M사가 소비자 중심의 새로운 생산, 소비, 소통 방식을 시작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창업가들은 그다음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페인트회사는 통에 담은 페인트 제품을 상점에 제공했다. 소비자는 통에 든 페인트를 사서 자신의 건물을 단장했는데 페인트가 남아서 처치가 곤란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찍은 건물 사진을 페인트회사에 보내면 회사에서 사람을 보내 건물을 칠해 준다. 이제 페인트회사는 페인트 제조회사일 뿐만 아니라 페인트를 칠해 주는 서비스 모델을 갖추게 된 것이다. 이런 경험이 늘다 보면 빅데이터가 쌓이는데 이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페인트뿐만 아니라 다른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페인트회사가 제조 회사에서 서비스 회사로, 서비스 회사에서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인공지능 플랫폼 회사로 변신하는 것이다.
과거 우리 삶은 실세계에서만 이뤄졌다. 만나서 사랑하고 거래하고 직접 보고 방문했다. 미디어가 발전하면서는 이를 통해 삶을 사는 방법을 배웠다. TV를 통해 가보지 않은 곳의 풍경을 즐길 수 있고 영화를 보면서 다른 사람들의 사랑과 삶을 간접 경험할 수 있다. 또 전자상거래를 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람들과 온라인으로 교류하게 됐다.
인간의 무대는 이렇게 미디어를 통해 확장됐다. 그다음은 실세계 그 자체가 확장돼 서로 스마트하게 소통하는 세계다. 세계는 지구라는 행성과 이를 지배하는 인간 사회로 이뤄져 있다. 이 세계는 확장되고 있다. 사람이 확장돼 새로운 사람이 되고 사물이 확장돼 새로운 사물이 되고 있다. 마셜 매클루언이 “미디어가 인간의 확장이다”라고 설명했다면 이제는 실세계 자체가 확장돼 새로운 미디어가 되고 전통적인 미디어가 실세계에 내재되고 있다. 미디어는 이제 인간의 확장이 아니라 인간과 사물을 공히 포함하는 세계의 확장이다. 이렇게 됨으로써 세계가 미디어가 되고 미디어가 세계가 된다.
그런데 이 모두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가치와 행복을 주기 위한 것이고 그래야만 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확장된 세계에서의 새로운 소통 역시 이를 위한 것이다. 모든 것이 하트를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