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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사건 선고 언제 하나요?"…'하세월 재판'에 속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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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수록 늦어지는 1심 재판
    민사 단독 평균 204일 걸려
    2013년보다 46일 이상 늦어

    '조정 권유'로 사건처리 지연
    돈 문제 얽혀 사업 망하기도

    '만성 인력 부족' 근본 원인
    젊은 판사들 갈수록 야근 기피
    1심 재판 강화 정책도 영향
    일각선 '사법파동이 원인' 지적
    2억원대 채권을 압류당해 민사 소송을 벌이고 있는 자영업자 유모씨는 최근 담당 재판부가 9월에 잡혀 있던 선고를 이유 없이 연기하면서 자금난에 봉착했다. 강원지역 지방법원에 지난해 6월 사건이 접수된 뒤 15개월 만에 잡힌 선고일이 다시 연기된 것이다. 선고는 11월 말로 미뤄졌지만 재판부는 이렇다 할 이유도 설명하지 않았다. 유씨는 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 대출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내 사건 선고 언제 하나요?"…'하세월 재판'에 속탄다
    ◆길어지는 민·형사 1심 재판

    유씨처럼 재판 지연으로 고통받는 국민이 늘고 있다. 3일 본지 취재 결과 민사뿐만 아니라 형사 1심 재판의 처리 기간도 길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형사사건 1심 단독사건 평균 처리 기간은 2013년 100.4일에서 2014년 113.4일, 지난해 125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민사 1심 단독 평균 처리 기간도 2013년 158.5일에서 지난해 204.3일로 급증했다. 합의부 사건 처리 추세 역시 비슷하다.

    사건 처리 기간이 길어지면 재판 당사자들의 고통은 커질 수밖에 없다. 형사사건의 경우 피고인들은 충실한 1심 재판을 통해 사실을 정확히 밝히고 싶어한다. 동시에 재판에서 빨리 벗어나길 원한다. 한 변호사는 “처음에는 천천히 진행해도 좋다던 의뢰인이 대부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선고일 좀 빨리 잡게 해달라’고 재촉한다”며 “형사 재판 중엔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민사사건 당사자들의 재판 지연에 따른 고통도 형사사건 못지않다. 돈 문제가 얽혀 있는 만큼 ‘급한 사정’이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법원이 조정 활성화를 위해 ‘조정 권유’를 하면서 재판 처리 기간이 필요 이상으로 길어진다는 게 변호사들의 지적이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당사자들이 조정 의사가 없는데도 재판부가 조정을 권유하면서 사건 기간이 길어진다”며 “돈줄이 막혀 재판하다가 사업이 망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조정 의사가 없을 땐 신속한 재판 진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고위급 판사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강조하는 ‘좋은 재판’은 재판받는 국민에게 좋은 재판이어야 한다”며 “재판 속도 또한 중요한 요건”이라고 설명했다.

    ◆“1심 강화 추세” vs “법원 분위기 문제”

    재판 기간이 길어지는 근본 원인으로는 ‘만성적 인력 부족’이 꼽힌다. 지난해 법원에 접수된 사건은 총 1806만 건이다. 약 3000명의 법관이 1년에 1인당 6000건가량을 처리해야 한다. 1심 재판부만 추리면 1인당 처리 사건 수는 훨씬 늘어난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한 배석판사는 “야근은 물론이고 주말에도 집에 가면서 사건 검토 자료를 가방에 잔뜩 넣어가는 게 일상생활”이라고 말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때부터 강조하던 ‘충실한 1심’ 정책이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도 있다. 재판 당사자들이 충분히 변론할 수 있도록 하면서 재판 시간이 길어졌다는 설명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지난해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으로 법원 내 분위기가 뒤숭숭해졌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지난해부터 법관 사이에선 사법부 사태를 보며 재판에 대한 열정이 떨어졌다는 하소연도 나온다”고 말했다.

    변화하는 법관들의 인식 속에서 최근 재판 처리 지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주 52시간 근무’ 추세에 맞게 법관들도 과도한 업무량을 피하려고 한다는 얘기다. 한 5년차 판사는 “젊은 법관들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따지면서 예전처럼 무리한 야근을 하지 않는다”며 “빨리 재판을 끝내면 일이 또 생기기 때문에 속도 조절을 한다”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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