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클린템플턴 등 글로벌 투자회사들이 아르헨티나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뒤에도 페소화 표시 국채 등을 헐값에 매수하며 ‘역발상 투자’에 나섰으나 대규모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구제금융 신청 이후에도 외환위기가 지속되면서 페소화 가치가 폭락을 거듭한 탓이다.

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은 아르헨티나 채권값 폭락으로 지난 2주일 동안 약 12억3000만달러(약 1조3745억원) 손실을 봤다. 템플턴뿐만 아니라 핌코, 블랙록, 골드만삭스, 피델리티 등 아르헨티나 국채를 많이 보유한 5개 투자회사들은 모두 대규모 손실을 기록 중이다.

핌코는 가장 많은 약 53억달러(1분기 기준) 규모의 아르헨티나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템플턴 역시 약 46억달러(상반기 기준)의 국채 등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템플턴은 아르헨티나가 구제금융을 신청한 지난 5월 약 30억달러 규모 신규 발행 국채 가운데 4분의 3이 넘는 22억5000만달러어치를 사들였다가 큰 타격을 받았다. 템플턴의 대표 펀드인 ‘글로벌 채권 펀드’는 지난달 4.2% 손실을 냈고 또 다른 펀드인 ‘글로벌 토털 리턴 펀드’도 같은 기간 -4.3% 수익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투자회사들은 기준금리를 연 40%까지 올린 아르헨티나 정부의 극약 처방과 IMF의 구제금융으로 위기가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연초 달러당 18페소에서 5개월여 만에 25페소까지 떨어진 아르헨티나 통화가치는 잠시 소강 상태를 거친 뒤 다시 급락세를 탔다. 지난달 말에는 장중 40페소를 돌파(가치 하락)하기도 했다. 페소화 표시 채권은 3개월 만에 환율로만 약 35%의 손실을 낸 셈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