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28일 기준 설정액 2조6094억원) 펀드인 ‘신영밸류고배당’ 운용을 책임져 온 박인희 신영자산운용 배당가치본부장(사진)이 사표를 내면서 이 펀드 수익률과 설정액 변화에 금융투자업계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스타 펀드매니저 이탈이 펀드 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사례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선장' 바뀐 신영밸류고배당 순항할까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박 본부장이 사표를 내면서 신영밸류고배당 펀드 운용은 허남권 신영운용 사장이 직접 맡기로 했다. 업계에는 박 본부장은 퇴사 후 남편인 박현준 전 한국투자신탁운용 코어운용본부장이 대표로 있는 씨앗자산운용으로 옮긴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에 대해 박 본부장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박 본부장은 2006년 신영운용에 합류해 2012년부터 신영밸류고배당 펀드를 운용했다. 2011년 말 3540억원이던 펀드 설정액은 박 본부장이 운용을 맡은 동안 7.3배로 불어났다. ‘국민펀드’라는 별칭도 붙었다.

이 펀드가 이처럼 인기를 끈 것은 장기간 흔들림 없는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신영밸류고배당의 최근 3년 및 5년 수익률은 각각 23.26%와 45.22%다. 연평균 7.75%와 9.04%의 수익을 냈다. 올 들어 지난 28일까지는 8.04%의 손실을 내 비교 대상(벤치마크)이 되는 코스피200지수(8.47% 손실)와 비슷한 성적을 냈다.
'선장' 바뀐 신영밸류고배당 순항할까
자산운용업계에선 장기간 펀드 운용을 책임져 온 스타 매니저가 바뀐 뒤 펀드 수익률이 악화된 사례들이 꽤 있다. 박 씨앗운용 대표가 맡았던 한국운용의 ‘네비게이터’ 펀드가 대표적이다. 박 대표는 한국운용에서 2006년부터 네비게이터 펀드를 운용하다가 작년 5월 이 회사를 떠났다. 2016년 말 기준으로 이전 3년과 5년간 각각 20.29%와 34.83%의 안정적 수익을 냈던 이 펀드는 최근 1년간 3.48%의 손실을 봤다. 설정액은 작년 4월 말 7108억원에서 3934억원으로 감소했다. 올 들어 증시가 흔들린 탓도 있지만 운용 책임자 교체도 영향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자산운용의 ‘간판’ 펀드였던 ‘코리아대표그룹’ 펀드도 펀드를 키워낸 남동준 전 최고운용책임자(CIO, 현 텍톤투자자문 대표)가 2013년 회사를 떠난 뒤 수익률 악화에 따른 자금 이탈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12년 말 1조2639억원에 달했던 펀드 설정액은 2474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펀드매니저가 고액 연봉을 받는 이유는 펀드 운용 성과에서 매니저 역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라며 “리서치 조직 등 탄탄한 시스템이 뒷받침돼 운용되는 펀드는 스타 매니저 이탈에 따른 타격이 덜한 편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영향을 전혀 안 받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신영운용은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신영밸류고배당의 향후 운용전략을 소개하는 설명회를 다음달 4일 개최할 예정이다. 허 사장은 “박 본부장이 운용할 때와 운용 방향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연말까지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조정 중인데, 최근 증시가 조정을 받아 고배당주를 싼값에 사들이기 유리한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송종현/강영연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