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상류사회'는 인간의 더러운 욕망에 대해 말한다. 제자들에게도 존경받고, 사회적으로도 인정받는 경제학 교수 남편 태준(박해일 분)과 대기업 재단의 부원장 자리까지 오른 젊고 매력적인 아내 수연(수애 분), 이 부부가 대한민국 최상류층으로 입성하는 과정에서 겪는 온갖 추악한 행태를 2시간 동안 꾹꾹 눌러 담았다.
많은 것을 담으려 했지만 정교하진 않았다. 인기와 존경을 한 몸에 받던 잘생기고 능력 있는 교수가 정당 입당을 제안받는 순간 아내 수연은 인생의 최대 목표였던 미술관 관장 자리를 눈앞에서 놓칠 위기에 처한다. 남편이 젊은 비서관과 바람이 났다는 얘길 들어도 눈 한 번 깜박이지 않을 만큼 이성적이고 냉철한 수연은 관장 자리가 위험할 수 있다는 말에 물불 가리지 달려간다. 10년 전에 먼저 이별을 고했던, 지금은 잘나가는 현대미술가 지호(이진욱 분)에게 먼저 접근한 것도 그 때문이다.
동시에 미술관의 실질적인 돈줄이자 관장의 남편인 미래그룹 회장 용석(윤제문 분)에게도 줄을 선다.
문제는 "마음대로 하는 건 재벌만 할 수 있다"는 설명 외에 이들이 왜 상류사회로 진입하려 하는지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 한 푼이라도 더 위자료를 뜯어내려고 남편 뒤를 캐는 아내, 가면을 쓰고 격투기를 하는 회장님이 되고 싶어서 수연과 태준이 기를 쓰고 상류사회로 진입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 터. 맹맹하게 흘러가는 이야기에 정신이 번뜩이는 자극을 주는 건 수위 높은 정사신이다. 물론 아름답진 않다.
수애와 이진욱의 베드신을 비롯해 박해일과 비서관 역을 맡은 김규선, 윤제문과 일본 AV배우 하마사키 마오 등 극 중 총 3번의 섹스 장면이 등장한다. 특히 윤제문과 하마사키 마오의 정사 장면은 예술과 외설 중 후자에 가깝다.
설정은 진부하고, 에피소드 역시 단조롭다. 간간히 웃음을 터트리게 하는 블랙코미디도 주체적으로 행동하던 수연도 섹스 동영상 협박이 등장한 이후엔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버린다.
미투가 휩쓸고 지나갔고, 젠더 이슈와 사회 계층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이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웅변대회로 막을 내리는 '상류사회'가 어떻게 해석될 수 있을까. 29일 개봉.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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