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기능보다 성분이 중요해"… '착한 화장품' 뜬다
신세계백화점은 5월 첫째주 ‘코스메틱 페어’를 개최하면서 화장품 성분을 분석하는 앱(응용프로그램) ‘화해’와 손을 잡았다. 화해 앱은 화장품에 유해성분이 들어 있는지 분석해주고 소비자의 사용 후기를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백화점이 브랜드나 메이크업아티스트가 아니라 플랫폼과의 콜라보를 통해 마케팅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백화점뿐만 아니다. 제조회사도 ‘화해에서 상위에 링크됐다’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는 곳이 많다. 미세먼지와 화학제품에 반감이 커지면서 화장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기능에서 성분으로, 브랜드 이미지보다는 실제 사용후기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급성장하는 ‘착한 화장품’

H&B(헬스&뷰티)시장에서도 대세는 ‘착한 화장품’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피부에 자극을 주지 않으면서도 효과가 있다’고 입소문이 난 신생 브랜드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브랜드·기능보다 성분이 중요해"… '착한 화장품' 뜬다
국내 최대 H&B스토어인 올리브영에서 가장 잘 팔리는 착한 화장품은 마녀공장이다. ‘좋은 성분은 피부를 속이지 않는다’는 슬로건을 내세운 이 브랜드는 미세먼지 등으로 클렌징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입소문을 탔다. 대표 제품 ‘퓨어클렌징오일 99.9%’는 지난해 11월 판매 시작 후 6개월여 만에 스킨케어부문에서 신생업체 중 유일하게 판매 톱10에 들었다.

셀퓨전씨의 ‘레이저 썬스크린 100’은 시세이도 등 유명 해외기업과 국내 대기업을 제치고 선크림 부문 1위에 올랐다. 셀퓨전씨는 메디컬 화장품업체 씨엠에스랩에서 내놓은 브랜드다. 이 밖에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 유해성분을 쓰지 않는 천연 화장품 ‘이즈앤트리’의 토너를 비롯해 지리산 천연벌꿀을 39.7% 함유한 ‘아임 프롬 허니마스크’, 고흥산 다시마 원물을 넣은 ‘셀엑스브이 진짜 다시마팩’ 등 자연성분 그대로를 강조한 제품도 올 들어 매출이 수십 배 증가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앱을 켜놓고 유해성분 여부를 검색하면서 제품을 고르는 소비자도 많다”고 말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랄라블라에서도 무해한 성분을 내세운 업체들이 판매순위 상위권에 랭크됐다. 라운드랩의 ‘독도토너’는 미네랄이 풍부한 울릉도 해양심층수로 만든다. 올 들어 4월까지 랄라블라 누적 판매량 기준 4위, 스킨케어 부문에선 1위를 차지했다.

◆똑똑해진 소비자 잡기

과거에는 많은 소비자가 브랜드 이미지를 보고 화장품을 선택했다. 가격이 비싸면 좋은 화장품으로 여기기도 했다. 환경오염 등으로 피부트러블이 많아지고 살충제 계란 등 ‘케미포비아’가 확산되는 와중에 2013년 화해가 등장하면서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화해는 미국 환경보호그룹(EWG)·대한피부과의사회·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공개한 자료를 바탕으로 20가지 주의성분과 알레르기 주의성분, 성분별 안전도 등급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화해 앱의 누적 다운로드 건수는 500만 건이 넘는다. 최근엔 뷰티에디터 출신 피현정 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디렉터 파이’ 등 화장법이 아니라 성분만 분석해주는 뷰티 유튜버도 등장했다.

착한 화장품을 찾는 소비자는 대부분 20~30대의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여성으로, 관련 시장이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고 업계는 분석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