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크셔해서웨이 연례주주총회…구름인파 몰린 '자본주의 우드스톡'
애플 '자사주 매입' 반색…'회계변경'' 9년만의 첫 분기손실
'포스트 버핏' 우려 던진 주총… 버핏 "나는 이미 반퇴직 상태"
'투자의 귀재'이자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88)이 물러난 이후에도 버크셔해서웨이는 과연 화려한 투자성과를 이어갈 수 있을까.

'자본주의의 우드스톡'으로 불리는 버크셔해서웨이의 2018 연례 주주총회에서 주주들과 애널리스트, 언론이 던진 핵심 질문이다.

아흔을 바라보는 버핏은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다.

◇테이블에 오른 '포스트 버핏' = 5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에서 5시간 동안 진행된 버크셔해서웨이 연례 주총에는 4만 명의 인파가 주총장을 가득 메웠다.

시장 수익률을 꾸준하게 이기는, 현직 투자자로서는 사실상 유일하다는 평가까지 받는 '투자 구루'의 한마디를 직접 듣기 위해서다.

주요 경제매체들도 주총을 실시간 중계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렇지만 이번 주주총회에서 버핏과 찰스 멍거 부회장은 후계 이슈에 대한 수많은 질문에 답변해야 했다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WSJ은 "버핏은 자신의 퇴임 이후에도 버크셔해서웨이의 성공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주주들에게 인식시키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버핏은 "현재 반(半) 퇴직 상태가 아니냐"는 직설적인 질문에 "나는 수십 년 동안 반 퇴직 상태였다"고 웃어넘긴 뒤 상당 규모의 투자 결정을 경영진에 맡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포트폴리오 매니저 테드 웨슐러와 토트 콤즈가 주식 부문에서만 250억 달러(약 27조 원)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주주들의 우려는 버핏의 명성과 '동전의 양면'이다.

버핏이 '가치투자의 창시자' 벤저민 그레이엄의 뒤를 이어 가치주 투자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그의 전설적인 성적표를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경제 흐름을 통찰하면서 수많은 가치주 가운데 대박 업체를 골라내는 선구안이 뒷받침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버핏의 퇴진은 곧 버크셔해서웨이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주주들의 우려인 셈이다.

버핏이 버크셔해서웨이의 시스템적 성과를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버핏은 "현재의 명성은 (내가 아닌) 버크셔해서웨이의 것"이라며 "그 명성이 나와 찰스 멍거에게 의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버핏은 올해 초 그레그 아벨(56) 비보험 부회장, 아지트 자인(67) 보험 부회장을 사실상 유력한 후계자로 낙점한 바 있다.

당시 아벨과 자인을 나란히 승진시키면서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포스트 버핏' 우려 던진 주총… 버핏 "나는 이미 반퇴직 상태"
◇웰스파고·애플 사랑…분기손실 쇼크? = 버핏은 미 4대 은행 웰스파고에 대해서는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유령계좌 스캔들에 이어 과다 수수료 논란까지 겹치면서 따가운 비판을 받고 있지만 "투자 관점에서나 도덕적 관점에서 다른 대형 은행들과 비교해 뒤처진다고 판단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멍거 부회장도 웰스파고가 장기적으로는 유망하다고 가세했다.

'IT 대장주'인 애플에 대해서도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냈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 지분에 대해선 투자 의사가 없다는 점도 시사했다.

특히 애플의 1천억 달러 자사주 매입(바이백) 방침을 지지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버핏은 "자사주 매입 소식에 기쁘다"면서 "우리는 애플 지분 5%를 갖고 있다.

자사주 매입 덕분에 우리 지분이 6~7%로 늘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존·JP모건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헬스케어 사업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가상화폐에 대해선 부정적인 인식을 거듭 밝혔다.

한편, 버크셔해서웨이는 올해 1분기 11억 달러의 분기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미실현 주가 손익을 순이익 산정에 반영하도록 하는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것으로, 2009년 이후로는 9년만의 첫 분기손실이다.

다만 영업이익은 작년 대비 50% 가까이 급증했다.

버핏도 회계기준 변경이 수익에 부정적인 충격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분기손실까지는 시장에서 예상하지 못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포스트 버핏' 우려 던진 주총… 버핏 "나는 이미 반퇴직 상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