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 루루 뚜루 아기 상어!”

직장인 J씨는 한 살배기 아들이 떼를 쓸 때마다 핑크퐁의 아기상어 영상을 틀어준다. J씨는 “같은 멜로디가 반복되기 때문에 한 번만 틀어줘도 아이가 쉽게 빠져든다”며 “다른 핑크퐁 노래 영상도 비슷한 패턴이어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육아 중인 엄마들이 모이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아이에게 핑크퐁을 무료로 보여주기 위해 인터넷TV 업체를 바꿨다”는 글이 자주 눈에 띈다. 핑크퐁의 인기가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뽀통령(뽀로로+대통령)’으로 군림하던 뽀로로가 핑크퐁에게 자리를 내주는 건 시간 문제라는 전망도 나온다.
IPTV·유튜브 장악한 핑크퐁… '뽀통령 아성' 넘나
◆중독성·교육성이 무기인 핑크퐁

‘요즘 아이들에게 인기있는 게 뭔지 알고 싶으면 빵집에 가보라’는 말이 있다. 케이크에 장식으로 올라가는 캐릭터가 최고 인기라는 얘기다. 파리바게뜨는 어린이날을 맞아 선보이는 케이크에 핑크퐁의 상어 캐릭터를 올렸다. 이전에는 뽀로로나 마블의 어벤져스가 차지하던 자리다. KT는 핑크퐁 콘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다는 것을 인터넷TV 마케팅에 사용할 정도다.

자유한국당이 핑크퐁 상어가족 노래를 선거 로고송으로 사용해 논란이 된 것 역시 그 인기를 보여준다. 아기상어 동요영상은 지난 2월 말까지 20억 뷰를 기록했다. 핑크퐁이 출시한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은 112개국 앱스토어 교육카테고리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핑크퐁은 인기 비결로 ‘원소스 멀티유스’를 꼽았다. 두 살짜리 아들을 둔 직장인 Y씨는 “멜로디는 몇 개 안 되는데 그걸 가지고 다양한 콘텐츠를 만든다. 친숙함이 핑크퐁의 무기”라고 말했다. 교육적인 요소도 들어가 있다. ‘응가송’ ‘이를 닦자’ 등으로 유아기에 필요한 생활습관을 쉽고 재미있게 가르쳐주기 때문에 부모들도 부담 없이 자녀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핑크퐁의 인기는 제작사 스마트스터디의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2015년 95억원이던 이 회사 매출은 지난해 272억원으로 늘었다. 2년 새 200% 가까이 성장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상품을 재빠르게 내놨다”며 “캐릭터 상품에 노출된 아이들이 다시 핑크퐁 콘텐츠를 찾는 선순환이 매출 증가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핑크퐁 동요를 모아 책으로 내놓은 ‘핑크퐁 사운드북’ 시리즈도 인기다. 1년 만에 25만 부가 팔렸다. 최근 국내에서 열리는 베이비페어에서 인기 상품으로 떠오른 사운드북을 핑크퐁에 재빠르게 접목한 것이 효과를 봤다는 게 업계 평가다. 사운드북이란 버튼을 누르면 원하는 동요가 나오는 소형 주크박스다.

◆수성 나선 뽀로로

핑크퐁이 빠르게 성장하며 추격해 오자 유아용 캐릭터 시장의 강자 뽀로로는 해외시장 공략 강화에 나섰다. 뽀로로 콘텐츠를 가지고 사업을 하는 아이코닉스는 넷플릭스와 아마존 등을 통해 뽀로로를 유통하기 시작한 데 이어, 북미 지역에도 ‘뽀로로파크’를 개설할 예정이다. 뽀로로 캐릭터를 활용한 키즈카페인 뽀로로파크는 국내에 8개 점, 중국 9개 점, 싱가포르에 1개 점을 운영 중이다.

국내에서도 ‘뽀로로 영유아 체육관’(가칭) 등을 새로 열어 아이와 캐릭터 간 접점을 늘려나갈 방침이다. 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는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캐릭터로 살아남기 위해선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순발력 있게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핑크퐁이 성장했지만 뽀로로는 여전히 매출에서 크게 앞서 있다. 아이코닉스와 영상제작사 오콘의 매출을 합치면 스마트스터디의 3배 정도다. 뽀로로 캐릭터 완구 매출만 200억원 수준이다. 출판물로는 지난해 약 120억원을 벌어들였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