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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 칼럼] 시칠리아와 마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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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철 논설위원
    [천자 칼럼] 시칠리아와 마피아
    결속력이 강한 범죄조직을 지칭하는 ‘마피아(Mafia)’의 어원을 놓고 다양한 설(說)이 있다. 그중 하나가 ‘시칠리아 만종(晩鐘)사건’이다. 이탈리아 남단 섬인 시칠리아 중심지 팔레르모의 시민들이 당시 이곳을 지배했던 프랑스 앙주가(家)의 샤를 1세에게 대항해 일으킨 반란이다.

    시민들은 1282년 3월30일 부활절 저녁, 교회 저녁기도 종소리를 신호로 봉기했다. 이들은 밤새도록 무리를 지어 다니며 프랑스인과 협력자들을 살해했다. ‘Mafia’는 시민들이 외쳤던 구호 ‘Morte alla Francia!, Italia anela!(이탈리아는 열망한다, 프랑스인의 죽음을)’의 글자 앞부분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1855년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초연(初演)된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시칠리아의 저녁기도’는 당시 봉기를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마피아 어원이 시칠리아 부재지주들의 사병조직(mafie)이라는 설도 있다. 의적이나 독립투사에서 비롯됐다는 해석도 있다. 이들이 받은 ‘선의의 사례비’가 나중에는 서민을 착취하는 ‘보호비’로 변질됐다고 한다. 시칠리아인에게 관습적으로 전해오는 규약을 ‘마피아’라고 불렀다는 주장도 있다. 관습적 규약으로서의 마피아는 옳든 그르든 친구를 편들고, 사소한 모욕에도 반드시 복수하고, 조직의 일을 외부에 침묵해야 한다는 것 등을 불문율로 한다.

    시칠리아 마피아들은 19~20세기 미국으로 건너가서 뉴욕 시카고 등지에서 범죄조직을 결성했다. 얼굴 흉터로 ‘스카페이스(scar-face)’라는 별명을 얻었던 알 카포네도 그중 하나다. 마피아는 1920년대 시행된 금주법(禁酒法)을 계기로 전국으로 세를 확산시켰다. 1950년대에는 미국 전역에 24개 마피아 조직이 활동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마피아는 아직도 건재하다. 노사 코스트라(시칠리아)와 카모라(나폴리) 등 4대 조직이 있다. 이들의 상당수는 교회 출석과 기부 활동 등으로 교회와 지역 사회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이탈리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마약, 매춘 등 마피아가 주도하는 범죄 산업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10.9%에 이른다. 남부 지역에서는 마피아에 의한 몸값을 노린 납치, 청부 살인 등이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8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열린 미사에서 또 다시 마피아를 강하게 비판했다. “죽음을 전파하는 마피아는 기독교인이 아니다”고 했다. 교황은 2014년 마피아 본거지를 방문해 마피아를 파문(破門)하기도 했다. 마침 오늘은 730여년 전 마피아 어원이 탄생했다는 시칠리아 만종 사건이 일어난 날이다. 교황이 ‘마피아와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워낙 뿌리를 깊게 내린 마피아를 척결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마피아의 ‘회심(悔心)’만이 유일한 해결책인가.

    synerg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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