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가 한국시장 공략에 나선 지 1년이 지났지만 판매량은 기대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시장의 특성을 무시한 영업전략이 판매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지난달까지 테슬라 차량은 모두 364대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테슬라코리아가 판매하는 모델S가 고가(최소 1억1500만원)라는 점을 고려해도 실적이 부진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테슬라가 지난해 3월15일 경기 스타필드하남에 첫 매장을 열었을 당시엔 시승 예약이 수천 건에 달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소비자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유럽에서는 모델S가 1억원대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하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와 BMW 7시리즈보다 더 많이 팔렸다. 한국에서는 상황이 정반대다. 테슬라 모델S의 1년 판매량이 벤츠 S클래스 한 달 판매량(지난달 710대)의 절반에 그쳤다.

일부에서는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받지 못하다 보니 판매가 부진했다는 해석이 나오지만, 보조금 문제가 본질적인 이유는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환경부가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한 지난해 9월 이후에도 월 판매량은 30대 수준에 머물렀다. 올 1월과 2월에도 판매량은 각각 28대, 30대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충전 인프라 및 서비스 네트워크의 부족, 늦은 출시 시기 등이 판매 부진의 주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테슬라 급속충전소인 슈퍼차저스테이션은 국내에 15곳에 불과하다. 일반 전기차 충전소(약 3400여 곳)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일반 충전소에서도 테슬라 차량을 충전할 수는 있지만, 완전 충전하는 데 열 시간 이상 걸린다. 사실상 일반 충전소를 이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서비스센터는 한 곳, 매장은 두 곳밖에 없다. 그나마 서비스센터는 주말과 휴일에 운영하지 않는다. 온라인으로만 주문이 가능한 방식이 국내 사정과 맞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모델S의 한국 출시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나라에서는 2012년부터 판매를 시작했는데, 한국에는 5년 뒤에야 출시됐다. 그사이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많은 자동차업체가 전기차 모델을 내놓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2012년만 해도 성능이 뛰어난 전기차가 많이 없었기 때문에 모델S가 한국에 나왔으면 충분히 시장을 장악했을 것”이라며 “지금은 테슬라 전기차를 구매할 필요가 없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모델S가 ‘부자들의 장난감’에 불과하다는 평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차를 소유한 이들이 세컨드카(두 번째 차)로 테슬라 모델S를 구매하고 있다”며 “이들 대부분은 법인 명의로 차를 구매해 절세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판매된 테슬라 차량 중 69.5%는 법인 명의로 등록됐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