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동영상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선두주자 넷플릭스가 질주하고 있다. 글로벌 가입자가 급증해 1억2000만 명에 육박했다. 규모의 경제 효과로 이익도 늘고 있다. 미디어 공룡 월트디즈니가 넷플릭스와 관계를 끊고 자체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 나서기로 했지만 넷플릭스는 거리낌이 없다. 넷플릭스는 올해 자체 콘텐츠 제작에 80억달러(약 8조5600억원)를 쏟아붓겠다며 ‘따라올 테면 따라오라’는 기세다.
넷플릭스 '미드 덕후' 꽉 잡고 폭풍성장… "디즈니 두렵지 않다"
◆요금 인상에도 가입자 급증

“우리는 아름다운 지난해 4분기를 보냈다.” 넷플릭스가 22일(현지시간) 내놓은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문의 첫 문장이다.

글로벌 유료가입자 수가 4분기에 830만 명 증가했다. 기존 최대 기록인 작년 1분기 630만 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총가입자가 1억1760만 명(작년 말 현재)에 달했다. 1년 만에 2380만 명 증가했다.

이 같은 실적은 요금을 올린 가운데 달성한 것이다. 넷플릭스는 작년 11월 미국에서 기본 요금제는 월 9.99달러에서 10.99달러로, 프리미엄 요금제는 11.99달러에서 13.99달러로 인상했다. 당시 가입자 이탈 우려가 제기됐지만 기우로 드러났다.

이를 기반으로 한 지난해 4분기 매출은 32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32.6% 늘었고, 순이익은 1억8600만달러로 약 세 배 증가했다. 올해는 더 좋게 나올 전망이다. 넷플릭스는 올 1분기 매출 36억8600만달러, 순이익 2억8200만달러로 39.8%, 9.8%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강력한 콘텐츠가 질주 배경

콘텐츠가 넷플릭스의 호성적을 뒷받침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하반기 인기를 끈 ‘스트레인저 싱스(시즌2)’ 등 콘텐츠가 가입자 증가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2일 선보인 ‘브라이트’는 공개 후 첫 3일 동안 미국에서 1100만 명이 시청한 것으로 추정됐다.

‘하우스 오브 카드’ 등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하나는 가입자의 콘텐츠 이용 패턴 등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제작된다는 점이 꼽힌다. 제작뿐 아니라 유통·소비에도 데이터를 활용한다. 시청기록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이용자 개인별로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한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넷플릭스 주가는 3.2% 오른 데 이어 시간외 거래에서 8.31% 급등했다. 시가총액이 984억달러에 달한다. 미국 최고 시청률을 자랑하는 TV 네트워크 소유회사인 CBS코프의 네 배다.

◆디즈니와 대격돌 예상돼

스트리밍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달아오르고 있다. 세계 최대 콘텐츠 기업 디즈니가 넷플릭스를 정조준했다.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대던 디즈니는 2019년 계약을 종결하기로 하고, 올해 독자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한다. 미키마우스, 스타워즈, 슈렉 등 디즈니의 방대한 콘텐츠가 이 서비스에 포함될 예정이다.

디즈니는 ESPN을 통해 스포츠 콘텐츠도 제공한다. 21세기폭스 인수까지 마무리되면 디즈니는 넷플릭스의 라이벌인 훌루(스트리밍 업체)의 지분 대부분을 인수하게 될 뿐만 아니라 엑스맨, 아바타, 어벤저스 등 막강한 콘텐츠도 더하게 된다.

자체 콘텐츠 제작 경쟁은 점입가경이다. 아마존도 올해 45억달러를 투자한다. 콘텐츠 시장에 뛰어든 애플 역시 1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넷플릭스는 공격적 투자로 승부하겠다는 자세다. 올해 콘텐츠 제작에만 75억~80억달러를 집어넣는다. 작년보다 20% 이상 늘렸다. 넷플릭스는 디즈니의 결별 선언 뒤 인기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를 만든 제작자 숀다 라임스와 판권 계약을 맺었고, ‘킹스맨’ 원작 출판사도 인수했다.

세계 시장 공략도 가속화한다. 해외 가입자가 이미 미국 가입자 수를 넘어서면서 지난해 해외 시장에서 처음으로 2억2700만달러 이익을 냈다. 올해 프랑스, 인도, 한국 등 30개국에서 현지화한 콘텐츠를 제작할 계획이다. 유럽 공략을 위한 포석으로 이날 프랑스 방송사 카날플뤼의 랜돌프 벨머 대표를 이사에 임명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