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화폐를 대체하는 날이 올까. 비트코인으로 결제를 받고 있는 서울의 한 카레전문점. 가게 입구에 암호화폐의 대표격인 비트코인으로 결제를 받는다는 'bitcoin ACCEPTED HERE'라는 문구를 붙여놨다. 이 가게 김응수 사장(30)은 "3년 전부터 비트코인으로 결제를 받기 시작했다"며 "이렇게 결제 받은 총 금액이 4비트코인까지 됐다"고 말했다. 사진=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비트코인이 화폐를 대체하는 날이 올까. 비트코인으로 결제를 받고 있는 서울의 한 카레전문점. 가게 입구에 암호화폐의 대표격인 비트코인으로 결제를 받는다는 'bitcoin ACCEPTED HERE'라는 문구를 붙여놨다. 이 가게 김응수 사장(30)은 "3년 전부터 비트코인으로 결제를 받기 시작했다"며 "이렇게 결제 받은 총 금액이 4비트코인까지 됐다"고 말했다. 사진=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365일 24시간 내내 출렁거리는 가격 탓에 '투기판' '도박꾼'으로 내몰리고 있는 암호화폐(일명 가상화폐)가 대한민국의 세대 간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의 주축 세대(비중 약 50%)인 2030세대와 기성 세대가 '비트코인 현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정반대다. 2008년 10월31일 금융위기 당시, 나카모토 사토시(창시자)가 암호학자 등 수백 명에게 보낸 한 통의 이메일 속에 등장한 비트코인은 투기상품일까 화폐일까. <한경닷컴>은 '사고판다'에 머물러 있는 암호화폐의 기능을 '사용하고 저축한다'로 확대 해석해 코인세대와 코인시대를 캐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3년 전부터 코인으로 결제를 받다보니 어느새 4비트코인이 됐네요."

서울 신촌에서 한 카레전문점을 운영하는 김응수 사장(30)은 국내에서 가장 오랫동안 암호화폐(일명 가상화폐)로 결제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진 가게의 대표다. 2016년부터 암호화폐의 대표격인 비트코인으로 결제를 받기 시작했다.

한경닷컴이 지난 11일 그를 찾았다. 가상화폐의 기반을 이루는 블록체인 기술이 4차 산업혁명의 기폭제가 될 미래 핵심 기술이라고 칭송 받고, 결국엔 현재의 화폐를 대체하게 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오지만 정작 비트코인으로 결제를 할 수 있는 곳은 있기나 한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김 사장은 "비트코인으로 결제를 받기 시작한 초기엔 경영학과 학생들이나 비트코인 관련 사업을 하는 소비자들이 체험 삼아 써보기 위해 찾는 경우가 많았다"며 "월에 3~4명 정도가 비트코인으로 결제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비트코인으로 결제가 되는지 궁금해 하는 분들의 문의 전화가 많이 온다"며 "특히 5060세대들은 '결제가 되는 것이 맞냐'고 묻기도 하고 직접 확인하러 오시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암호화폐의 대표격인 비트코인의 시세는 매일 20% 안팎으로 널뛰기를 하고 있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그 가치는 크게 뛰었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약 1800만원대로 정확히 1년 전 이날의 가격인 110만원대와 비교하면 약 1530% 폭등했다.

김 사장은 "1비트코인이 500만원을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실제 비트코인으로 밥값을 내는 소비자들은 거의 사라졌다"며 "처음 코인으로 결제를 받기 시작하고 약 1년 반 동안 모은 총 금액이 4비트코인이더라"고 말했다.

그가 처음부터 비트코인에 관심을 가졌던 건 아니다. 외국인 소비자들이 많은 신촌 지역의 특성을 간파한 지인이 '코인맵'을 소개한 것이 발단이 됐다.

코인맵(http://coinmap.org)은 전 세계 비트코인 사용처를 지도에 표시한 사이트다. 코인맵에 등록된 상점들은 국내만 해도 전국에 120여곳이 있다. 음식점부터 숙박업소, 슈퍼마켓, 안경점까지 다양하다.

김 사장은 "아는 분이 '신촌에는 외국인 고객들이 많으니 암호화폐로 결제를 받아보는 것이 어떠냐'고 소개를 해줬다"며 "코인맵에 등록을 해놓고 나니 그때부터 저도 비트코인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코인맵에 등록은 해놨지만 암호화폐 결제가 이뤄지지 않거나 더 이상 받지 않는 곳도 많을 것"이라며 "3년 이상 꾸준히 암호화폐를 결제 받는 곳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는 미국, 일본 등에 비하면 아직 암호화폐 관련 산업이 출발하지도 못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실제 상황에서 어려움은 없을까.

김 사장은 "이종 암호화폐 간 송금을 하면 지급이 오래 걸리거나, 제가 자리를 비우면 직원이 대신 결제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교육을 시켜야 하는 등의 불편함은 있다"면서도 "'리플' 같은 암호화폐는 실제 은행들과 협약을 맺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점차 기반이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지난 11일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특별법을 곧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가 7시간 만에 청와대 제동을 거는 등 정부도 혼선을 빚고 있는 상황.

김 사장은 "일정 부분 규제를 해야 화폐로써의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야 가격이 안정되고 암호화페를 실제 화폐로 더 많이 사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3년 전에 현금이나 신용카드 외에도 비트코인으로 결제를 받는다고 하면 주변에서 웃을 정도로 알려지지 않았었다"며 "자영업자들이 더 많이 암호화폐 결제를 도입하면 저변도 더 넓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