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 상장회사의 올 2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에 부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회사를 뺀 상장사들의 2분기 영업이익은 39조원을 넘었다. 지난 1분기에 이은 사상 최대 실적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세계 경기 회복에 힘입어 이 같은 실적 개선 추세가 3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IT·금융 이익 쏠림 심화

16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12월 결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533개(연결재무제표 제출 610개사 중 금융업종 77개사 제외)의 올 상반기 매출은 910조138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8.20% 불어났다. 수익성은 더 가파르게 좋아졌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78조1939억원과 60조6868억원으로 각각 19.19%, 24.44% 늘었다.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8.59%로 한 해 전(7.80%)보다 0.79%포인트 개선됐다. 1만원어치 제품을 팔아 859원을 남겼는데, 종전보다 마진이 79원 늘었다는 의미다.

2분기 실적을 따로 봐도 실적 개선 추세가 이어졌다는 점이 확인된다. 2분기 매출은 458조7123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61%, 영업이익은 39조2948억원으로 1.02% 늘었다. 다만 순이익은 29조555억원으로 8.14% 줄었다.

실적 개선이 정보기술(IT)과 금융 등 일부 업종에 집중되는 현상이 심해진 점은 부담으로 지적됐다. ‘대장주’ 삼성전자를 제외한 상장사들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6.79%, 11.3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삼성전자를 빼면 상장사의 2분기 영업이익은 1분기보다 13%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14조1883억원으로 1분기(9조8983억원)보다 42.11% 늘었다.

금융업종의 실적 개선세도 두드러졌다. 상장 금융회사의 상반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각각 45.7%와 26.8% 증가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마켓전략실 팀장은 “상반기에는 IT와 금융 등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실적이 좋아졌다”며 “하반기에는 상장사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기에 다소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철강·화학 등 경기민감주 실적 주목”

증권업계에서는 상장사들이 3분기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회사를 포함한 상장사들의 3분기 영업이익이 5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분기 실적 추정치가 있는 275개 상장사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51조3754억원이다. 금융회사들(8조3457억원)의 실적을 합한 2분기 상장사들의 영업이익(47조6405억원)과 비교해도 7.84% 많은 규모다.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47조9342억원으로 신기록 행진은 꺾이겠지만 연간으로 내년까지 실적 개선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올해 194조611억원(312개), 내년은 212조4408억원(299개)이다. 지난해 상장사 743곳의 영업이익은 149조7266억원이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익 기여도가 IT에 치우친 경향이 더 심해졌고 IT업종 내에서도 소프트웨어, IT가전은 좋지 않았다”며 “반도체발(發) 경기 호조가 아직 다른 업종으로는 확산되지 않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상반기 부진했던 자동차·화장품 등 소비재 업종과 철강 화학 등 경기민감주들의 실적 개선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조진형/윤정현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