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MBC 시트콤 '김치 치즈 스마일'을 통해 대중에게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김수현은 단 한 번의 실패작 없이 '꽃길'만 걸어왔다.
MBC '해를 품은 달'(2012)로 스타덤에 올라 SBS '별에서 온 그대'(2014)로 신드롬급 인기를 누렸다. 뿐만 아니라 영화 '도둑들'(2012),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에 출연, 2000만 관객의 주역이기도 하다. 올해로 데뷔 10년 차, 김수현의 흥망성쇠의 기록을 정리해봤다.
◆ "10년만 지켜봐 주십시오. 훌륭한 배우가 돼있겠습니다" '김치 치즈 스마일' 이후 코믹하고 허당스러운 이미지로 대중의 눈도장을 받은 김수현은 두 편의 드라마에서 아역 연기를 하면서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2009년 SBS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에서 고수가 연기한 차강진의 어린 시절로 등장했다. 또 이듬해 인기 드라마 '자이언트'에서 박상민 아역 이성모 역으로 분해 복잡한 가정사를 가진 남성적인 인물로 야누스와 같은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 드라마를 통해 김수현은 2010 SBS 연기대상 뉴스타상을 처음으로 수상했고, "앞으로 10년만 더 지켜봐 주십시오. 꼭 좋은 배우가 있겠습니다"라는 진정성 있는 소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의 약속을 10년 뒤 결국 지켰다.
◆ 하이틴 스타, 사극 원톱 주연으로 발돋움 2011년은 김수현의 이름을 안방극장에 새긴 해였다. 그는 KBS 월화 미니시리즈 '드림하이'를 통해 농촌에서 가수가 되기 위해 상경한 송삼동 캐릭터를 연기, 함께 호흡을 맞춘 수지와 함께 신선한 기운을 불어넣었다. 특히 가수 못지않은 가창력과 춤실력으로 크게 화제를 모았다.
김수현은 '드림하이' 이후 다소 파격적인 작품을 선택했다. 하이틴 스타 혹은 청춘의 아이콘으로 남을 줄 알았던 그가 MBC '해를 품은 달'로 사극에 도전했다. 조선 가상의 왕 이훤 역을 맡은 그는 무녀 월(한가인)과 애달픈 사랑을 연기해 '신의 한수'였음을 증명했다. 시청률 40%를 돌파하며 국민드라마가 됐고, 김수현은 이를 통해 제28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남자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했으니 말이다.
◆ 충무로에서도 흥행불패 '흥행불패'. 김수현의 기록은 충무로에서도 계속됐다. 첫 상업영화 데뷔작인 '도둑들'은 1298만 명이 보면서 제33회 청룡영화상에서 최다 관객상을 받았다. 이 영화에서 김수현은 막내 도둑 잠파노 캐릭터를 연기해 김해숙, 김혜수, 전지현, 김윤석, 이정재 등 쟁쟁한 선배 연기자들 사이에서 선방했다. 다음 작품이 원톱 주연 영화인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듬해 유명 웹툰 원작인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원톱으로 극을 이끌게된 김수현은 초반 혹평에도 불구하고 695만 9083명의 누적관객수를 기록, 이름값을 증명했다.
◆ 종합선물세트 같은 연기 스펙트럼 김수현은 동년배 배우들 중 압도적인 캐릭터 해석 능력으로 방송가의 러브콜을 받았다. 결국 대선배 전지현과 SBS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대박'을 치게 된다. 그는 외계에서 온 미스터리한 남자 도민준을 연기해 스스로의 한계를 깼다.
'별그대' 후 선택은 의외였다. 원톱 주연의 작품을 선택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차태현, 공효진, 아이유 등이 대거 출연하는 KBS 2TV 금토드라마 '프로듀사'를 택했다. 김수현은 신입 PD 백승찬 역을 맡아 허당기 가득한 신입의 모습부터 여선배를 짝사랑하는 순정남, 라이벌에 대한 소심한 복수심을 불태우기도 했다. 섬세한 캐릭터의 변주로 김수현의 진가를 입증했다.
◆ 첫 실패, 눈물 머금고 승복 김수현이 처음으로 대중에 무릎을 꿇은 것은 군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 될지도 모르는 영화 '리얼' 때문이다.
그동안 꾸준한 상승세로 20대 남자배우 1순위라는 타이틀을 굳혀왔던 김수현은 드라마 '프로듀사' 이후로 오랜 시간 이 영화에 몰두했다. 한 차례 감독이 바뀌었지만 이사랑 감독을 통해 영화는 완성됐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김수현은 1인2역을 연기하며 조직의 보스 장태영과 르포 기자 캐릭터 사이를 오가며 열연했지만 개봉 3주차에도 46만408명의 누적관객을 기록, 흥행 참패를 맛봤다. 자신의 20대 대표작이 되길 원했지만 20대 마지막 실패작이 된 것이다.
하지만 김수현은 한경닷컴과 인터뷰를 통해 "혹평 또한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결과에 대해서 언제든 수긍하겠다"라고 담담하게 속내를 전했다.
올해 서른이 된 이 젊은 배우는 군 입대를 앞두고 있다. 김수현이 "군대 가기 전 드라마든 영화든 한 작품 더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한 것처럼 30대의 호기로운 시작이 '리얼'로 끝나지 않았으면하는 바람이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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