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리얼 시골라이프, ‘서울 부부의 귀촌일기’를 유튜브에 연재하고 있는 이준영(34)·추지현(37) 부부. 네이버 FARM을 운영하는 더농부가 그들과 ‘귀촌 수다’를 떨었다. 평생을 대도시에서 살던 그들이 시골살이를 결심하고, 실제 귀촌하기까지 ‘여정’에 대해 들었다. 부부는 귀촌을 고민 중인 사람들을 위해 자신들의 경험을 쏟아냈다. 귀촌한지 얼마 안된 햇병아리라 함부로 말하기 조심스럽지만(남편 준영 씨) 그래도 자신들의 경험이 누군가에겐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 부부는 지난해 7월 충남 부여의 한 시골 마을로 귀촌해 살고 있다. (부부가 귀촌을 결심한 이유를 보러가려면 ☞ m.blog.naver.com/nong-up/220974862865)
[한경·네이버 FARM] 회사 때려치우고 시골간 '유튜버 서울부부'의 좌충우돌 '귀촌 수다'
▶더농부=두분의 삶을 멀리서 응원하는 분들이 많아요. 저도 유튜브로 두 분의 ‘시골 라이프’를 보며 대리만족하고 있습니다. 귀촌하고 싶어도 주변에서 말리는 통에 망설이는 분도 많은 것 같아요.

▶지현=저희는 그래서 부여에 있는 집을 계약하고, 귀촌 준비를 다 마친 뒤에 주변에 '통보'했죠. (웃음)
▶준영=네, 통보. 부모님께는 미리 말씀을 드렸었나? 아마 부모님께도 다 결정하고 통보 식으로 했던 것 같다. 저는 고민이 많은 편인데, 와이프는 일단 저지르고 보는 스타일이라서요.
▶지현=처음에 귀촌한다는 얘기 들으시고 엄마가 얼마나 걱정을 하셨는지 몰라요. 아마 케이블에서 하는 재연 프로그램을 보셨나봐요. 시골 텃세 때문에 귀촌한 사람이 힘들어하는 내용으로요. 처음엔 부모님께서도 이 동네로 같이 이사오시겠다고 집 알아보라고 하셨을 정도예요.

▶더농부=부모님 입장에선 젊은 자식들이 갑자기 시골에 가서 산다고 하니 걱정이 크셨겠어요.

▶준영=막 내려왔을 때는 주변에서 다 부정적인 것들만 이야기하고 말렸어요. 그런데 실제로 집에 놀러와보고 저희가 올리는 유튜브 '귀촌일기' 본 다음엔 오히려 부러워하더라구요.
▶지현=음, 맞아. 일단 결단이 필요한데 사람들이 용기가 쪼끔 부족한 것 같아.
▶준영=아무래도 낮선환경에서 새로 시작하는 거니까 쉽게 결정하긴 힘들지. 누구든 실패를 가장 두려워하는 거니까.

▶더농부=충남 부여를 귀촌 지역으로 결정한 이유가 있나요? 혹시 연고가 있으셨는지.

▶지현=전혀 없었죠.
▶준영=일단 살만한 집을 계속 인터넷 부동산으로 알아봤어요. 그리고 괜찮은 집 있으면 주말마다 직접 가서 보고. 저희가 둘 다 회사 다닐 때라서 주중에 많이 돌아다니진 못했어요.
▶지현=평소에 여행 다니다가 꽂힌 곳은 섬진강 주변이였는데요. 구례나 하동 쪽이요. 저희가 자전거 여행을 많이 다녔거든요.
▶준영=응, 맞아. 처음 목표는 섬진강 근처였는데 말이야. 알아보니 부여가 생각보다 서울이랑도 가깝고 좋은 집도 많았지. 비교적 싸기도 했고. 부여를 집중적으로 보긴했는데, 보면서 다른 지역도 봤고요. 부여에도 집 보러 한 서너번은 왔다갔었나?
▶지현=그랬지. 주말마다 전국을 돌아다녔어요.
[한경·네이버 FARM] 회사 때려치우고 시골간 '유튜버 서울부부'의 좌충우돌 '귀촌 수다'
▶더농부=지역을 고를 때 기준으로 삼으셨던 건.

▶준영=저희는 처음부터 청정지역 쪽만 알아봤어요. 주변에 민가가 하나도 없는 외딴 집을 사려고 했었는데요. 진짜 산 속에 저희 집만 있는 그런 곳. 처음에 이 집을 결정한 것도 주변에 다른 집이 없고, 뒤에 산도 있고, 그래서 결정했어요. 조용하고.
▶지현=맞아요. 마을과 떨어져 있고. 마당 있고, 텃밭 있고, 산 아래 있고. 그래서 마음에 들었지. 다른 집을 몆 군데 보다가 이 집을 딱 봤는데 여기다 싶었어요. 그래서 바로 계약했어요.
▶준영=그런데 나중에 이사와서 보니까 저희 집 지나서 조금만 가면 마을이 있더라구요. 알고 보니 저희 집이 그냥 마을 초입이었던 거예요. 하하하. 그런데 지금 보니 마을이 있고 어르신 분들이 계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지현=맞아. 마을이 있어서 너무 다행이지.

▶에디터=처음에 생각한 거랑 달랐는데도 그런가요.

▶준영=네, 저희가 운이 정말 좋았던거 같아요. 저희는 당연히 배추 농사가 처음인데 작년에 농사가 너무 잘 돼서 저희도 많이 놀랐어요. (웃음) 그것도 다 어르신 분들이 조언해주시고 도와주셔서.
▶지현=어르신 분이 모종 다 사다주시고요.
▶준영=저희가 밭에서 뭐 하고 있으면 지나시다가 뭐 심냐고 물어보시고, 뭐 심는다고 하면 방법 다 알려주시고.
▶지현=뭐는 했냐, 그건 있냐, 하시면서.
▶준영=만약 외딴 집이었으면 저희 배추농사부터 쫄딱 망했을거예요. 하하.

▶더농부=두분 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시고 오셨는데요.

▶지현=걱정이 많았죠.
▶준영=사실 처음에는 철없이 그냥 자급자족 하면 되지! 했는데 생각해보면 정기적으로 나가는 공과금이 있는데… 전기세나, 티비, 인터넷 요금이나 가스비. 하하 정말 우리 대책없이 오긴 했다.
▶지현=응, 고양이 밥도 줘야하잖아. (*부부는 고양이 두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준영=처음에는 50만원 가지고 한달 살기로 했었나?
▶지현=맞아. (웃음)
▶준영=택도 없는 소리였다. 하하.

▶더농부=생각보다 돈이 많이 드나봅니다.

▶준영=서울에 살 때보다는 확실히 많이 안 드는데 초반에는 저희가 서울 때를 못 벗어서 조금 헤프게 썻던거 같아요. 집 수리하면서 공구들도 이것저것 사야했고.
▶지현=큰 건 미리 고쳤는데 작은 것들 고치는 것 때문에 좀 들었어요. 그리고 고양이가 다쳐서 한달 생활비 날아갔고요. 그래도 서울살 때 4분의 1밖에 안 드니까.
▶준영=일단 지금은 와이프가 부여 시내에서 일을 하고 있어 다행이긴 해요.

▶더농부=무슨 일을 하고 계세요?

▶지현=간판과 현수막 그림만드는 일을 해요. 다행히 시내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요. 인터넷 구직사이트로 여기서 할만한 일이 있는지 알아봤는데 마침 일러스트를 사용하는 일을 찾아서 하게 됐어요.
▶준영=와이프는 디자인 전공이라 시내에 가면 일할 곳이 많아요. 그런데 저는 음악하는 사람이라 집에서 일하는 것 빼고 다른 일 할만한 걸 찾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집에서 열심히 프리랜서로 음악 작업하고 있죠.(*준영 씨는 서울에서 게임음악 작곡 일을 했다.) 그래서 요즘은 와이프가 벌이가 훨씬 많아요. 대장이에요.
▶지현=아니라도 대장입니다! (웃음)

▶더농부=현지 주민분들의 텃세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준영=오기 전에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텃세가 심하다는 얘기나, 적응 못할 거라는 얘기나.
▶지현=그런데 와보니 저희는 그런 거 전혀 없었어요. 저희가 어르신들 손주 나이더라구요.
▶준영=얼마 전엔 할머니 한분이 호박을 검은 봉지에 싸서 저희 대문 앞에 가져다 놓으셨는데, 저희는 누가 우리집 대문에 쓰레기를 버렸어! 하고 발로 찼거든요. (웃음)
▶지현=내가 발로 찼지. 하하. 또랑에 던졌는데.
▶준영=그런데 나중에 할머니가 거기 놓은 호박 먹었어?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얼른 가서 다시 주워왔어요. 그 때 할머니랑 저희랑 얼마나 웃었는지.
▶지현=호박전 해먹었는데 노랗고 진짜 달았어요.
▶준영=마을 분들이 고춧가루도 큰 봉지 하나씩 가져다 주시고. 처음에 왔을 때는 쌀도 주시고. 이장님 댁에서 감자도 주시고. 저희가 너무 어리다 보니까 어르신 분들이 손자손녀로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한경·네이버 FARM] 회사 때려치우고 시골간 '유튜버 서울부부'의 좌충우돌 '귀촌 수다'
▶더농부=또 두분이 워낙 싹싹하게 어르신들한테 잘하시니까요.

▶준영=마을 행사도 다 참여하고 자주 뵙고 인사드리고 하면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저희는 일단 마을회관에서 방송이 나오면 무조건 가요.
▶더농부=귀찮진 않으세요?
▶준영=전혀요. 오히려 가면 떠들썩하고 재밌어요. 얼마 전에는 마을회관 가서 윷놀이하고 상품도 타고. 면민체육대회에 가서 노래자랑에도 참가하고요.

▶더농부=오, 노래자랑에서도 상 타셨나요.

▶준영=참가상 받아서… 매우 실망했어요.(웃음) 참가상으로 받은 냄비는 잘 쓰고 있어요.
▶지현=에휴, 트로트를 불렀어야지 발라드를 불러서.
▶준영=그러니까. 선곡을 완전히 실패했어. 다들 신나는거 하시는데 내가 찬물을 확….
▶지현=그래도 냄비는 진짜 잘 쓰고 있어. 좋은 거예요. 브랜드.
▶준영=면민체육대회 갔더니 귀촌해서 주유소 하시는 분, 마트 직원 분, 소방관 분, 택배 기사님. 다 오셨어요.
▶지현=택배 기사님 많은 동네가 줄다리기 1등 했지.

▶더농부=사생활 간섭이 심하다는 얘기도 있는데 그렇진 않나요.

▶준영=저희 마을 분들은 간섭 전혀 안 하세요. 오히려 뭐 갖다주러 오셔도 대문 닫혀있으면 방해할까봐 그냥 대문 앞에 놓고 가시거든요. 이장님도 오시면 대문 앞에서 전화를 하세요. 안 들어오시고.
▶지현=배려가 넘치는 마을. 이렇게 좋은 분들이 사는 마을에 온 것도 저희 복이죠.

▶더농부=귀촌을 준비 중이거나 꿈꾸는 분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주신다면.

▶준영=저희도 귀촌 생활을 시작한지 오래되지 않아서 조언이라고까지 말씀드리기는 조금 어렵지만요. 이것 하나는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귀촌하시면 꼭 마을 분들과 자주 뵙고 인사 나누시고 어울리시고, 서울에서 살던 라이프스타일만 고집하지 말고 조금만 더 이해하고 융화됐으면 좋겠어요. 항상 귀촌하면 텃세를 걱정하시는데, 저는 사람이 사람에게 텃세를 부리거나 심술을 부리는 것은 일방적일 수 없다고 생각해요. 내가 잘하면 상대방도 잘하고, 내가 못하면 그것이 그대로 돌아오는 것이고요. 연인 사이든 부부 사이든 친구 사이든 다 그렇잖아요. 서로가 잘하고 서로가 조금씩 이해하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만 행복한 게 아닌 모두가 행복한 게 진짜 행복 아닐까요?
▶지현=맞아요. 다 상대적인 것 같아요. 저는 귀촌한 뒤에 감사한 분이 너무 많아요. 쌀 주시고 수도공사 도와준 분이랑, 무씨 주시고 배추모종 주신 분, 맨손으로 밭 만들어 주신 분, 본인들 밭에서 작물 따먹으라고 하는 할머니들… 아, 고마운 분들이 정말 너무 많다. 저는 먹고살 길은 찾으면 있으니 결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곳에 와서 너무 좋아요. 행복해요. 나만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즐거워요.

FARM 고은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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