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네이버 FARM] 회사 때려치우고 시골간 '유튜버 서울부부'의 좌충우돌 '귀촌 수다'
▶지현=저희는 그래서 부여에 있는 집을 계약하고, 귀촌 준비를 다 마친 뒤에 주변에 '통보'했죠. (웃음)
▶준영=네, 통보. 부모님께는 미리 말씀을 드렸었나? 아마 부모님께도 다 결정하고 통보 식으로 했던 것 같다. 저는 고민이 많은 편인데, 와이프는 일단 저지르고 보는 스타일이라서요.
▶지현=처음에 귀촌한다는 얘기 들으시고 엄마가 얼마나 걱정을 하셨는지 몰라요. 아마 케이블에서 하는 재연 프로그램을 보셨나봐요. 시골 텃세 때문에 귀촌한 사람이 힘들어하는 내용으로요. 처음엔 부모님께서도 이 동네로 같이 이사오시겠다고 집 알아보라고 하셨을 정도예요.
▶더농부=부모님 입장에선 젊은 자식들이 갑자기 시골에 가서 산다고 하니 걱정이 크셨겠어요.
▶준영=막 내려왔을 때는 주변에서 다 부정적인 것들만 이야기하고 말렸어요. 그런데 실제로 집에 놀러와보고 저희가 올리는 유튜브 '귀촌일기' 본 다음엔 오히려 부러워하더라구요.
▶지현=음, 맞아. 일단 결단이 필요한데 사람들이 용기가 쪼끔 부족한 것 같아.
▶준영=아무래도 낮선환경에서 새로 시작하는 거니까 쉽게 결정하긴 힘들지. 누구든 실패를 가장 두려워하는 거니까.
▶더농부=충남 부여를 귀촌 지역으로 결정한 이유가 있나요? 혹시 연고가 있으셨는지.
▶지현=전혀 없었죠.
▶준영=일단 살만한 집을 계속 인터넷 부동산으로 알아봤어요. 그리고 괜찮은 집 있으면 주말마다 직접 가서 보고. 저희가 둘 다 회사 다닐 때라서 주중에 많이 돌아다니진 못했어요.
▶지현=평소에 여행 다니다가 꽂힌 곳은 섬진강 주변이였는데요. 구례나 하동 쪽이요. 저희가 자전거 여행을 많이 다녔거든요.
▶준영=응, 맞아. 처음 목표는 섬진강 근처였는데 말이야. 알아보니 부여가 생각보다 서울이랑도 가깝고 좋은 집도 많았지. 비교적 싸기도 했고. 부여를 집중적으로 보긴했는데, 보면서 다른 지역도 봤고요. 부여에도 집 보러 한 서너번은 왔다갔었나?
▶지현=그랬지. 주말마다 전국을 돌아다녔어요. ▶더농부=지역을 고를 때 기준으로 삼으셨던 건.
▶준영=저희는 처음부터 청정지역 쪽만 알아봤어요. 주변에 민가가 하나도 없는 외딴 집을 사려고 했었는데요. 진짜 산 속에 저희 집만 있는 그런 곳. 처음에 이 집을 결정한 것도 주변에 다른 집이 없고, 뒤에 산도 있고, 그래서 결정했어요. 조용하고.
▶지현=맞아요. 마을과 떨어져 있고. 마당 있고, 텃밭 있고, 산 아래 있고. 그래서 마음에 들었지. 다른 집을 몆 군데 보다가 이 집을 딱 봤는데 여기다 싶었어요. 그래서 바로 계약했어요.
▶준영=그런데 나중에 이사와서 보니까 저희 집 지나서 조금만 가면 마을이 있더라구요. 알고 보니 저희 집이 그냥 마을 초입이었던 거예요. 하하하. 그런데 지금 보니 마을이 있고 어르신 분들이 계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지현=맞아. 마을이 있어서 너무 다행이지.
▶에디터=처음에 생각한 거랑 달랐는데도 그런가요.
▶준영=네, 저희가 운이 정말 좋았던거 같아요. 저희는 당연히 배추 농사가 처음인데 작년에 농사가 너무 잘 돼서 저희도 많이 놀랐어요. (웃음) 그것도 다 어르신 분들이 조언해주시고 도와주셔서.
▶지현=어르신 분이 모종 다 사다주시고요.
▶준영=저희가 밭에서 뭐 하고 있으면 지나시다가 뭐 심냐고 물어보시고, 뭐 심는다고 하면 방법 다 알려주시고.
▶지현=뭐는 했냐, 그건 있냐, 하시면서.
▶준영=만약 외딴 집이었으면 저희 배추농사부터 쫄딱 망했을거예요. 하하.
▶더농부=두분 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시고 오셨는데요.
▶지현=걱정이 많았죠.
▶준영=사실 처음에는 철없이 그냥 자급자족 하면 되지! 했는데 생각해보면 정기적으로 나가는 공과금이 있는데… 전기세나, 티비, 인터넷 요금이나 가스비. 하하 정말 우리 대책없이 오긴 했다.
▶지현=응, 고양이 밥도 줘야하잖아. (*부부는 고양이 두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준영=처음에는 50만원 가지고 한달 살기로 했었나?
▶지현=맞아. (웃음)
▶준영=택도 없는 소리였다. 하하.
▶더농부=생각보다 돈이 많이 드나봅니다.
▶준영=서울에 살 때보다는 확실히 많이 안 드는데 초반에는 저희가 서울 때를 못 벗어서 조금 헤프게 썻던거 같아요. 집 수리하면서 공구들도 이것저것 사야했고.
▶지현=큰 건 미리 고쳤는데 작은 것들 고치는 것 때문에 좀 들었어요. 그리고 고양이가 다쳐서 한달 생활비 날아갔고요. 그래도 서울살 때 4분의 1밖에 안 드니까.
▶준영=일단 지금은 와이프가 부여 시내에서 일을 하고 있어 다행이긴 해요.
▶더농부=무슨 일을 하고 계세요?
▶지현=간판과 현수막 그림만드는 일을 해요. 다행히 시내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요. 인터넷 구직사이트로 여기서 할만한 일이 있는지 알아봤는데 마침 일러스트를 사용하는 일을 찾아서 하게 됐어요.
▶준영=와이프는 디자인 전공이라 시내에 가면 일할 곳이 많아요. 그런데 저는 음악하는 사람이라 집에서 일하는 것 빼고 다른 일 할만한 걸 찾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집에서 열심히 프리랜서로 음악 작업하고 있죠.(*준영 씨는 서울에서 게임음악 작곡 일을 했다.) 그래서 요즘은 와이프가 벌이가 훨씬 많아요. 대장이에요.
▶지현=아니라도 대장입니다! (웃음)
▶더농부=현지 주민분들의 텃세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준영=오기 전에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텃세가 심하다는 얘기나, 적응 못할 거라는 얘기나.
▶지현=그런데 와보니 저희는 그런 거 전혀 없었어요. 저희가 어르신들 손주 나이더라구요.
▶준영=얼마 전엔 할머니 한분이 호박을 검은 봉지에 싸서 저희 대문 앞에 가져다 놓으셨는데, 저희는 누가 우리집 대문에 쓰레기를 버렸어! 하고 발로 찼거든요. (웃음)
▶지현=내가 발로 찼지. 하하. 또랑에 던졌는데.
▶준영=그런데 나중에 할머니가 거기 놓은 호박 먹었어?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얼른 가서 다시 주워왔어요. 그 때 할머니랑 저희랑 얼마나 웃었는지.
▶지현=호박전 해먹었는데 노랗고 진짜 달았어요.
▶준영=마을 분들이 고춧가루도 큰 봉지 하나씩 가져다 주시고. 처음에 왔을 때는 쌀도 주시고. 이장님 댁에서 감자도 주시고. 저희가 너무 어리다 보니까 어르신 분들이 손자손녀로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더농부=또 두분이 워낙 싹싹하게 어르신들한테 잘하시니까요.
▶준영=마을 행사도 다 참여하고 자주 뵙고 인사드리고 하면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저희는 일단 마을회관에서 방송이 나오면 무조건 가요.
▶더농부=귀찮진 않으세요?
▶준영=전혀요. 오히려 가면 떠들썩하고 재밌어요. 얼마 전에는 마을회관 가서 윷놀이하고 상품도 타고. 면민체육대회에 가서 노래자랑에도 참가하고요.
▶더농부=오, 노래자랑에서도 상 타셨나요.
▶준영=참가상 받아서… 매우 실망했어요.(웃음) 참가상으로 받은 냄비는 잘 쓰고 있어요.
▶지현=에휴, 트로트를 불렀어야지 발라드를 불러서.
▶준영=그러니까. 선곡을 완전히 실패했어. 다들 신나는거 하시는데 내가 찬물을 확….
▶지현=그래도 냄비는 진짜 잘 쓰고 있어. 좋은 거예요. 브랜드.
▶준영=면민체육대회 갔더니 귀촌해서 주유소 하시는 분, 마트 직원 분, 소방관 분, 택배 기사님. 다 오셨어요.
▶지현=택배 기사님 많은 동네가 줄다리기 1등 했지.
▶더농부=사생활 간섭이 심하다는 얘기도 있는데 그렇진 않나요.
▶준영=저희 마을 분들은 간섭 전혀 안 하세요. 오히려 뭐 갖다주러 오셔도 대문 닫혀있으면 방해할까봐 그냥 대문 앞에 놓고 가시거든요. 이장님도 오시면 대문 앞에서 전화를 하세요. 안 들어오시고.
▶지현=배려가 넘치는 마을. 이렇게 좋은 분들이 사는 마을에 온 것도 저희 복이죠.
▶더농부=귀촌을 준비 중이거나 꿈꾸는 분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주신다면.
▶준영=저희도 귀촌 생활을 시작한지 오래되지 않아서 조언이라고까지 말씀드리기는 조금 어렵지만요. 이것 하나는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귀촌하시면 꼭 마을 분들과 자주 뵙고 인사 나누시고 어울리시고, 서울에서 살던 라이프스타일만 고집하지 말고 조금만 더 이해하고 융화됐으면 좋겠어요. 항상 귀촌하면 텃세를 걱정하시는데, 저는 사람이 사람에게 텃세를 부리거나 심술을 부리는 것은 일방적일 수 없다고 생각해요. 내가 잘하면 상대방도 잘하고, 내가 못하면 그것이 그대로 돌아오는 것이고요. 연인 사이든 부부 사이든 친구 사이든 다 그렇잖아요. 서로가 잘하고 서로가 조금씩 이해하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만 행복한 게 아닌 모두가 행복한 게 진짜 행복 아닐까요?
▶지현=맞아요. 다 상대적인 것 같아요. 저는 귀촌한 뒤에 감사한 분이 너무 많아요. 쌀 주시고 수도공사 도와준 분이랑, 무씨 주시고 배추모종 주신 분, 맨손으로 밭 만들어 주신 분, 본인들 밭에서 작물 따먹으라고 하는 할머니들… 아, 고마운 분들이 정말 너무 많다. 저는 먹고살 길은 찾으면 있으니 결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곳에 와서 너무 좋아요. 행복해요. 나만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즐거워요.
FARM 고은이 기자
전문은 ☞ m.blog.naver.com/nong-up/22099266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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