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2016] "창의성은 결과 아닌 과정…스스로 고민하고 답 찾도록 가르쳐야"
엘런 랭어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69·사진)는 ‘마음의 힘’을 강조하는 학자다. 마음챙김(mindfulness·有心)과 마음놓침(mindlessness·無心) 상태에서 신체의 반응이나 업무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실증적으로 뒷받침하는 실험들을 통해 심리학과 행동경제학 등에 큰 영향을 미쳤다.

랭어 교수는 오는 11월1~3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파르나스호텔에서 열리는 글로벌 인재포럼에서 ‘저성장 사회와 진취적 도전정신’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그는 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창의성이란 기존의 틀을 깰 수 있도록 마음이 굳어 있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에서는 1 더하기 1이 2가 아닐 수 있음을 가르치고, 기업에서는 ‘매뉴얼’만 고집하지 않는 게 혁신의 기본이라고 했다.

▷마음을 챙긴다는 개념이 생소하게 들립니다.

“주변의 사람, 사물, 상황에 적극적으로 주목하고 그 맥락을 이해하려는 과정이 마음챙김입니다. 마음이 굳어 있지 않은 상태라고도 할 수 있어요. 뭔가에 완전히 집중하고 깊게 관여하다 보면 여태껏 보지 못한 것들이 새롭게 보이기 마련이죠. 마음을 놓친다는 것은 그 반대입니다. 관성적으로 기존의 틀에 사로잡혀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닫힌 경우를 말하죠. 비유하자면 집(몸)에 불은 켜져 있는데 안에 사람(정신)이 없는 듯한 상태입니다.”

▷창의성이라는 개념과도 일맥상통할 것 같습니다.

“요즘 말하는 창의성은 개념 자체가 너무 굳어져 있습니다. 결과를 놓고 창의적이다 아니다 따지는 일이 많아요. 깨어 있는 상태(마음챙김)라는 관점에서 창의성을 해석해 보자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설명하는 개념이어야 합니다. 시간을 들여 생각하고, 맥락을 바꿔 보는 것이 창의라는 얘기입니다.”

▷자녀 교육에 적용한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아이들을 키울 때는 ‘꿀이 벌을 부른다’는 것을 마음에 새겨야 합니다. 어른의 관점을 억지로 주입하지 말고 아이의 관점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답을 유도하지 말고, 모든 것은 (바뀔 수 있는) 조건부임을 강조하는 게 중요해요. 이를테면 모래에 모래를 더할 때는 1 더하기 1의 공식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가르쳐야 합니다. 무엇이든 맥락을 고민하면서 답을 찾도록 유도해야 창의력을 촉진할 수 있죠.”

▷기업에서는 어떤 식으로 마음챙김 상태를 촉진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일하는 것이 맞다’는 틀을 깨야 해요. 굳어 있는 사고를 풀기 위해 다른 방법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죠. 예를 들어 휠체어가 병원 느낌이 나게 설계된 것은 휠체어 디자이너가 그런 인식의 틀에 갇혀 있기 때문이에요. 최근 나온 세련된 휠체어는 휠체어를 탄다는 것의 의미를 새롭게 규정했기 때문에 가능한 디자인입니다.”

▷철저한 규칙 준수 등이 필수적인 보안 분야 등에서는 적용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요. 마음챙김이 필요 없는 분야는 없습니다. 보안 문제에서도 새로운 위협을 상정하고 대응하려면 항상 다른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하죠. 관성적인 대응이야말로 진짜 위협입니다.”

▷늘 마음챙김 상태를 유지하려면 피곤하지 않을까요.

“그런 오해가 많습니다. 하지만 정반대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마음이 깨어 있을 때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인식하고, 에너지를 얻습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이미 마음을 놓치고 있다는 뜻이죠.”

▷예를 들어주십시오.

“직장을 잃었을 때 그것을 실패라고만 생각하는 게 기존 생각의 틀에 갇힌 것입니다. 직장을 잃었지만 그로 인해 얻게 된 새로운 기회를 생각하는 자세가 마음챙김이에요. 이런 태도는 스트레스도 줄여줍니다.”

▷사람들은 기존 생각의 틀(mindset)을 바꾸려고 시도하지 않습니다.

“현상을 유지하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절대적인 것도 좋아하죠. ‘성공이란 무엇이다’, 이런 식으로 똑 부러지게 결론짓는 것을 바라기 마련이죠.”

▷로봇이나 인공지능(AI)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많이 얘기합니다.

“깨어 있는 상태를 유지하려는 것이야말로 자동화된 로봇 같은 경직성에 대한 해법이자 해독제입니다.”

▷긍정의 심리학과는 어떻게 다릅니까.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긍정심리학의 어머니’라는 별명이 있습니다. 마음의 변화를 다룬 제 연구는 긍정심리학을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곤 하죠.”

▷한국에서는 앨프리드 아들러의 심리학을 소개한 미움받을 용기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아들러는 아주 오래전 사람입니다. 그가 얘기한 것보다 더 극단을 추구합니다. 마음을 바꾸는 것이 몸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함으로써 마음과 몸이 통합돼 있음(심신일원론)을 줄곧 관찰해왔습니다.”

랭어 교수는

△1947년 미국 뉴욕 브롱크스 출생 △1974년 예일대 심리학 박사학위 취득 △1979년 시계 거꾸로 돌리기 실험 △1980년 구겐하임펠로십 획득 △1981년 하버드대 심리학과 첫 여성 종신교수 취임 △1989년《마음챙김》출간 △2009년 《시계 거꾸로 돌리기:깨어 있는 건강과 가능성의 힘》출간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