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재벌' 슬림, 20년 통신독점 끝
멕시코 통신 재벌 카를로스 슬림(사진)이 20여년간 유지해온 독점이 막을 내리게 됐다.

그가 이끄는 아메리카모빌은 사업 일부를 제3자에 매각해 멕시코 내 시장 점유율을 50% 이하로 줄일 계획이라고 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멕시코 상하원은 최근 유·무선 전화 및 방송산업에서 지배적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을 50% 이하로 낮출 것을 강제하는 통신개혁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멕시코 유선전화 시장의 80%, 휴대폰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아메리카모빌을 겨냥한 것이다.

회사 측은 이동통신 사업에 경험을 갖춘 독립 사업자에 사업 일부를 매각하고 송신탑도 별도 사업자에 매각한다는 방침이지만 구체적인 매각 대상이나 매입 희망업체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독일 도이치텔레콤과 미국 AT&T, 중국 화웨이와 차이나 모바일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메리카모빌은 멕시코사업을 줄이는 대신 해외사업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이동통신회사인 텔레콤오스트리아 인수를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 내 사업 확장도 계획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2년 아메리카모빌의 독점으로 멕시코 이동통신의 인구당 투자액이 42달러로 칠레(111달러)나 스위스(298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고 평가하고, 이 결과 통신서비스 질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